자개가
              훈장처럼 박혀 있는 낡은 장롱
             

              안방 아랫목을 독차지하던 아버지는
              퇴역한 이래로 굳게 닫혀 있었다
             

              경계하듯 바람은
              늘 우리 집 문턱에서 멈추어 서고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내리던
              심심한 주문만 기억되는 곳
             

              해걸이 하듯 어머니
              천둥 같은 꽃을 또 피워 내면
              까닭 없이 우리는
              밤 새 웃자라야 했던


-시작노트-
고향을 떠난지 벌써 사십년이 흘렀다.
요즘처럼 햇살이 풋풋히 이마에 내려앉을때면
가는 햇살을 따라 나도 모르게 옛집을 그려보곤 한다.
시집올 때 혼수로 사오신 어머니의 낡은 장롱과
고장난 장롱 문짝처럼 좀처럼 열리지않았던 아버지의 굳은 입술,
유독, 음영이 짙은 그부분에서 내기억은 늘 어둡다.

누구나 흑백사진처럼  빛바랜 기억 하나 쯤은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
지금은 떠나고 없는 텅 빈 집.
그 옛날 마당을 서성이던 경직된 바람처럼
나도 아직 옛집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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