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피는 국화, 서리는 늦가을부터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늦가을 서리가 내리는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꽃봉오리를 피우는 국화를 가리키는 표현이며,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홀로 절개를 지키는 선비의 꿋꿋함을 뜻하기도 한다. 
비슷한 성어로, 서리와 바람 앞에서도 꿋꿋한 절개를 지킨다는 '상풍고절(霜風孤節)'과  혼탁한 세상에서 높은 절개를 지키며 홀로 푸르다는 뜻의 '독야청청(獨也靑靑)'이 있다.
 조선영조 때 대제학(大提學)을 지낸 이정보(李鼎輔)는 한시(漢詩)와 시조의 대가(大家)로, 국화의 절개를 예찬하는 절의가(節義歌)라는 시(詩)에서 잘 나타내고 있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웟는다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 뿐인가 하노라.'
'국화야 너는 온갖 꽃이 만발하는 봄도 지나가고/ 낙엽지고 추워진 때 너 홀로 피웠느냐/ 아마 찬 서리에도 꿋꿋이 절개를 보이는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
 삼월은 봄날, 그러니까 봄날 따스한 바람에 피지 않고, 나뭇잎 떨어지고 찬서리 내리는 계절에 홀로 외롭게 피는 국화를 노래하는 시이며, 국화의 지조와 절개를 찬양하고자하는 뜻이 담겨있다. 
 간신(奸臣)이 많은 시대, 충신의 역할을 다하거나 좌고우면(左顧右眠:본지'17,4,14보도)하지 않고, 굳세게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는 사람을 비유한 시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오상고절'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논어(論語) 자한(子罕)편에 공자(孔子)는 추운겨울(歲寒)이 지나야 비로소 소나무(송松)와 잣나무(백栢)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성어가 바로 '세한송백(歲寒松栢)'이다. 
즉, 녹음 짙은 여름에는 다른 나무에 가려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 수 없지만, 온 산의 활엽수(闊葉樹)들이 모든 잎을 낙엽으로 떨 군 추운 겨울이 돼서야 그 푸름을 깨달을 수 있다는 뜻에서 유래된 '세한송백'은 군자(君子)나 올곧은 선비의 진면목은 어려운 시기가 되었을 때 드러난다는 의미로 통용 된다. 
한마디로 위정자(爲政者)란 탐욕과 권세를 멀리하고,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절개와 올곧은 소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공자가 소신 없이 자기의 유리한 상황에 따라 말과 행동을 바꾸는 소인배 무리들에게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에 비유해 꾸짖는 것이다.
 국화와 소나무․잣나무처럼 변하지 않는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심한 서릿발과 혹한의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어떤 역경과 외압에도 동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의연한 기개와 의지가 절실히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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