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운산 풍력발전소 입지를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주민자치의 영역이다. 군민의 다수가 된다고 하면 되는 것이요,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군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군정을 책임지고 있는 장충남 군수는 지난 7월 23일 ㈜남해파워에 몇 가지 부관을 단 이른바 조건부 개발행위허가를 내줬다. 신임 군수 취임 23일 만에 담당과장의 전결사항으로 처리된 이 행정행위는 군민들로부터 많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의회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생략한 것은 물론이고 군민들에게도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졌다.


장 군수는 사후에도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사유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조건부로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군민의견수렴을 거쳐 자신이 최종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군수는 지역언론사에  군민토론회를 개최해 줄 것을 부탁했다.  


군민의견을 가장 명확하게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은 주민투표다. 우리는 지난 2012년 정현태 군수시절에 화력발전소 유치문제를 주민투표로 결정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망운산에 풍력발전소가 들어서려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이 사안은 주민투표에 붙일 만큼 큰 무게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조직된 의견도 없다. 주민투표 외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숙의민주주의 방법이다. 장 군수는 후보 때 망운산 풍력발전소와 같은 문제는 숙의민주주의 방법으로 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장 군수는 자신의 약속대로 이 사안에 대한 주민숙의과정을 지역언론사에 맡겨 진행코자 한 것이다.


숙의란 깊이 알고 토론을 한다는 말이다. 숙의를 위해서는 먼저 군민들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야 한다. 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논의대상에 대한 정보가 깊고 넓게 공유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숙의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숙의의 과정에는 전문가들의 견해와 지식도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장충남 군수의 제안을 받아들인 지역언론사(남해신문, 남해시대, 남해미래)의 편집책임자들은 지난 8월 20일 첫 회합을 가진 이후 끈질기게 망운산 풍력발전 반대대책위원회 위원들에게 지역언론사가 공동주관하는 숙의과정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반대대책위원회는 언론사의 토론회가 군의 잘못된 행정행위에 면죄부를 주거나 개발행위허가 절차를 정당화시켜주는 요식행위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토론회 자체를 개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남해파워 역시 자기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면서 토론회 개최를 지나치게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지역언론사는 양측과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끝까지 명쾌한 동의는 받아내지 못했다. 그런 끝에 지역언론사 편집책임자들은 지난 12일 회합에서 “우리가 군민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뜻은 풍력발전소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최대한 많이 군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며,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는 당초의 목적을 재확인하고 군민토론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세부일정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 내용은 한 차례의 전문가 초청 패널토론과 그 토론을 지켜보고 난 뒤 찬반의견을 가진 주민대표 토론으로 나눠 2차례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첫 번째 전문가 패널토론은 11월 6일(화) 오후 2시~6시(4시간), 주민대표토론은 11월 16일(금) 오후 2시 각각 남해마늘연구소 대강당에서 진행키로 했다.


망운산 풍력발전 입지문제는 아무리 우리가 피해가려해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로 우리 앞에 던져져 있다. 지난 4년 동안 행정 안에서는 익을 만큼 익어온 사안이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조건부라 할지라도 개발행위허가증이 발부돼 버린 이상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장충남 군수는 군민의 다수의견에 따라 최종판단을 내리겠다고 했다. 신의 한수를 둔 것인지, 최악의 수를 둔 것인지 모르지만 공을 일단 군민에게 넘긴 것이다. 남아 있는 문제는 군민다수의 뜻이 어디에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숙의의 과정을 거쳐야 공을 다시 장충남 군수에게 넘길 수 있다. 언론사가 주관하는 군민토론회는 숙의의 과정이기도 하고 공을 다시 군정책임자에게 넘기는 과정이기도 하다.


언론사가 주관하는 두 차례의 군민토론회를 거치고 난 이후의 모든 책임은 군정최고책임자인 장충남 군수가 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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