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술을 먹고, 술이 술을 먹고,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불경의 구절이 있다. "전쟁, 흉년, 전염병 이 세 가지보다도 더 폐해가 큰 것이 술이다"라는 것이다. 술은 영혼을 적시는 달콤한 액체인데 술이 죄인이 되기 십상이다.

사교의 촉매제도 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술이 한 국회의원의 성추행으로 이어져 점잖은 애주가들까지도 하루의 노고(勞苦)와 피곤을 씻는 술이 두려운 존재로 다가왔다.

특히 동양에서는 술이 백약(百藥)의 장(長)이라 해서 그 어떤 약보다도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지나치면 백독(百毒)의 장(長)으로 변해 패가망신(敗家亡身)의 지름길이지만, 보통 사람들의 생로병사(生老病死) 인생살이의 애환(哀歡)을 달래는 술은 이처럼 이중성의 함정에 위태롭게 존재하고 있다.

어느 경조사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술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보통 사람들의 단순한 음주문화까지 주눅들게 만들었다.

식사할 때나 손님 초대 시 거의 예외없이 마시는 중국에는 마오타이나 우량이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술들이 많고 역사 깊은 도시에 가면 거의 틀림없이 그 지방 고유의 술이 있다.
아마도 중국 역사만큼이나 긴 것이 중국술의 역사일 것이다.

중국 술은 일반적으로 도수가 높은 백주와 비교적 낮은(15~20도) 황주로 구별되는데 순도가 높아 술을 마셔도 숙취에 시달리지 않는다(그것이 가짜가 아니라면). 또한 강제로 술을 권하거나 술 주정을 부리는 행위를 일체 용납하지 않는 중국인의 음주 문화는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술이 음식이라면 거기엔 당연히 예절과 품위 그리고 절제가 따라야 한다. 죽기살기로 덤벼들다간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게 또한 술이다. 흥이 많은 우리 민족은 술에 관해서만 아직도 관대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주사(酒邪)는 눈감아 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기도 한다.

과음이나 폭음이 자랑처럼 얘기되고 세계에서 유래 없는 폭탄주가 나타난 것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모이면 술 마시고, 마시면 끝장을 보고, 취하면 싸우고,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 하는 식으로 일한다는 외국인들의 비아냥이 이제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5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따라서 건강과 아름다운 인간 관계를 위해서라도 절제와 자제가 필요한 때이다. 더구나 조용한 시골에는 애기 울음소리 듣기도 어려운 판에 술로 인한 곡(哭)소리는 더욱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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