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선묵(禪墨) 특별전 - ‘물속의 달 水月’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선묵(禪墨) 특별전 - ‘물속의 달 水月’
  • 김광석 기자
  • 승인 2018.10.12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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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19일(금)~23일(화) 닷새간
전시개막식은 19일(금) 오후 4시 서예박물관 2층에서
개막식에 앞서서는 ‘선묵의 가치를 조명하는 포럼’ 도

쌍계총림 방장 고산 혜원 대종사 큰스님과 큰스님의 제자인 망운사 주지 성각스님(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기능보유자, 부산 원각선원 선원장)이 함께하는 선묵(禪墨) 특별전이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의 일정으로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선묵 특별전의 이름은 ‘물속의 달 水月’
쌍계총림 방장 고산 혜원 대종사 큰스님은 제자 성각스님과 함께하는 이번 선묵 특별전에 부쳐 다음과 같은 법어를 내리셨다. 여기서 사자(師資)라 함은 선묵이라는 특별한 세계의 자질로서 스승의 선맥(禪脈)을 잇는 제자를 칭송하여 이르는 말이다.


방장 큰스님께서는 붓을 즐겨 잡으셨다. 쌍계총림의 사찰 중에 큰스님의 글귀가 안 걸린 데가 없고 대중들은 큰스님이 써주시는 선묵을 소중히 받들어 소장하길 원했다. 쌍계총림 최고 어른이신 큰스님의 수많은 법제자 중에 큰스님의 선묵 맥을 잇는 제자는 성각스님 뿐이다. 여기에 제시한 법어를 보면 제자를 기특하게 여기는 스승의 마음이 잘 나타난다.


스승은 어느 날 제자에게 소암(素巖 흰 바위)이라는 법호를 지어주셨다. 법어에 ‘소암성각제자’라고 칭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사가에서 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듯 승가에서는 제자의 법력이 쌓이면 스승이 법호를 주어서 부르게 한다. 이제부터 우리는 성각스님이라는 법명으로 스님을 칭하기보다는 법호를 붙여 소암 성각스님, 또는 그냥 소암스님이라고 칭하면 될 것이다.

 

師資書藝展示法語
(사자서예전시법어)

書藝一點(서예일점)이 滅千災(멸천재)요,
開口一言(개구일언)에 成萬事(성만사)로다
서예 한 점이 일천재앙을 멸하고
입을 열어 한 말씀 하시니 만사를 이루는 지라.

一月昇天(일월승천)에 千江月(천강월)이요,
一筆揮毫(일필휘호)가 成太平(성태평)이로다
하나인 달이 하늘에 오름에 일천강의 달이요,
붓을 한 번 휘날림에 태평세월을 이루는 도다.

素巖成覺第子書藝作(소암성각제자서예작)은 萬人皆悉歡喜作(만인개실환희작)이로다.
獲得卽時成萬事(획득즉시성만사)요, 受持實行如意作(수지실행여의작)이로다.
성각 제자의 서예작품은 만 사람이 다 환희하는 작품이로다.
얻은 즉시에 만사가 성취되고, 받아가져 실행하면 뜻과 같이 되리라.

一石投水(일석투수)에 萬波起(만파기)요, 一點書藝(일점서예)가 萬事成(만사성)이라
一点二点(일점이점) 始作一筆(시작일필)이 隱然圓成大作家(은연원성대작가)로다.
한 개의 돌을 물에 던짐에 일만 파도가 일어나고, 한 점의 글씨가 만사를 이루는 도다. 한 점 두 점 시작한 붓글씨가 은연중에 원만한 대작가가 되었도다.   

큰스님의 이 법어는 선묵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말하며, 소암 성각스님의 선묵이 어떤 경지에 이르렀는지 알게 해준다.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선묵의 가치와 소암 성각스님의 경지를 대중에게 잘 설명해주는 설명문이 또 있을 수 있을까?

 

· 반야심경 270자를 낱자로 쓰다

소암 성각스님은 지난 2011년 예술의 전당에서 선서화전시회 작가로 초대받은 적이 있다.  그에 이어 이번에는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이번 선묵 특별전으로 초대를 받았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가 전에 보지 못했던 소암 성각스님의 새로운 선묵세계를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의 전시작품수는 스승 방장 큰스님의 선필 20여점을 포함하여 400여점이나 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이 아무리 넓다손 해도 400여점이나 되는 작품을 어떻게 다 배치한다는 말이지?”하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다시 주목하지만 이번 선묵 특별전은 그 전 소암 성각스님의 선묵세계와 사뭇 다르다. 


소암스님은 지난봄부터 여름 내내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의 270자 전부를 20호 크기의 종이에 한 자씩 한 자씩 전서체(篆書體, 고대의 한자서체, 흔히 도장을 새길 때 쓰는 인장체라고도 함)로 쓰기를 거듭하고 또 거듭했다. 새로운 선묵의 세계로 나아간 것이다. 전서체는 낱자를 떼어보면 글자라기보다는 글자가 뜻하는 모양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함에서 우러나는 매력을 느끼게 한다. 


하나의 경전 전체의 자구들을 낱자로 일일이 떼어 쓰는 일이란 삼매의 경지에 들지 않으면 이뤄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쓰고 또 써서 누가 보아도 선묵(禪墨)의 향기로 확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미의 경지를 구축한 것이다. 반야심경 270자를 한 자씩 한 자씩 따로 떼어낸 전서작품들을 순서대로 내걸면 완전히 새로운 경전의 세계가 펼쳐질 것임에 틀림없다. 전시작품수가 400여점에 이르는 이유가 여기서 설명된다.


불자들은 전시관에 내걸린 반야심경을 한 자 한 자 따라 걸으면서 반야심경 전체를 읽게 될 것인데 그러다보면 혹여 스님이 빠뜨린 자가 없는지 살펴보는 불자도 있을 것이다. 이런 재밌는 상상도 가능한 일이 아닌가?

6곡 병풍
6곡 병풍

 

10곡 병풍
10곡 병풍

 

· 1자 1배, 1만배를 올린 6곡, 10곡의 병풍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작품 중에는 6곡 병풍과 10곡 병풍을 백미로 꼽을 수 있다. 10곡 병풍은 높이 135cm 폭 70cm 규격(전장 7m)인데 사방이 1.5cm밖에 되지 않는 칸 안에 세필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화엄경 약찬 게, 금강반야바라밀경(금강경), 금강경 찬을 전서체로 써 넣은 것이다. 이 경전들의 글자 수를 모두 합치면 8천 자가 넘는다.


또 6곡 병풍은 높이 133cm에 폭 69cm 규격(전장 4.14m)인데 여기에는 천수경(예불문),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의상조사 법성게를 써 넣었다. 이 경전들의 글자 수를 모두 합치면 2천 자가 넘는다.


6곡, 10곡 두 병풍 작품을 합치면 모두 1만 자가 넘는데 더욱 놀라운 점은 스님이 한 자 한 자를 써 넣을 때마다 부처님께 1배를 올렸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태면 고희를 맞이하는 스님이 1만 배를 올렸다는 점은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는 스님의 원력이 어디까지 닿았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병풍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떼어내고 다시붙인 칸을 발견할 수 있다. 워낙 작은 칸에 전서체를 세필로 써야 했으므로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8천자가 넘는 10곡 병풍 전체를 다시 제작할 수 없으니 잘못 쓴 글씨는 떼어내고 다시 써 넣은 것이다.  


성각스님은 “사방 1.5cm의 작은 칸 안에 글씨를 쓸 수 있는 작고 세밀한 붓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므로 문명의 혜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세밀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웠다”고 일러주었다.

 

· 웹툰형 캘리그래피 작품도

또 하나 이번 특별전에 선보이는 소암 성각스님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웹툰형 캘리그래피’(독창적이면서도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글씨체법)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일체유심조가 뭐야 마음인기라 그것은 동그랗게 돈같이 생겼지 아니야 바보야 돈이 아니야 바로 이거야 꼭 물속에 달水月처럼 생겼다 나무아미타불”인데, 첫 글자 일자로부터 시작해 앞 자의 자음과 모음을 이용해 뒤따르는 글자를 계속 연결 지어 글자가 형성되는 방식으로 캘리그래피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글자가 형성되는 원리를 깨닫기까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완전히 해독할 수 있을 즈음에야 선(禪)의 근원이 일체유심조의 있고 선묵세계의 근원 또한 같은 곳에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스님의 뜻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이번 선묵 특별전에 전시되는 40호 크기의 선화는 30여점인데 이들 선화에서만 그동안 스님의 전시회를 통해 맛볼 수 있었던 선화의 세계를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6곡, 10곡 병풍 확대해본 모습. 전서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6곡, 10곡 병풍 확대해본 모습. 전서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6곡, 10곡 병풍 확대해본 모습. 전서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6곡, 10곡 병풍 확대해본 모습. 전서체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 전시개막식에 앞서 열리는 포럼

이번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선묵 특별전 ‘물속의 달 水月’의 전시개막식은 19일(금) 오후 4시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날 개막식에는 수많은 불자들과 정관계 인사들, 재경향우회 임원들이 참석해 쌍계총림 방장 고산 혜원 대종사 큰스님의 법어를 듣으며 축하의 마음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시개막식에 앞서서는 ‘현대문명과 선묵(禪墨)’이라는 주제의 포럼이 서예박물관 챔프홀(4층)에서 열린다.   


주제별 발표자는 ▲선예술의 특징과 우리생활 : 홍윤식(동국대학교 명예교수, 문학박사) ▲인공지능시대 선묵의 가치와 의미 : 송석구(전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 전 동국대 총장, 철학박사) ▲성각스님 선화의 세계 : 법산 큰스님(동국대재단이사, 명예교수, 문학박사) ▲선서화, 미술치료의 심리적 정신적 안정에 미치는 역할 ; 백승완(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의학박사) ▲현대미술과 성각 선묵 : 김종원(문자문명연구소장) ▲성각의 선화맥과 선서화 특질 : 이현주(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문학박사) 등이다.

· 이번 전시회는

부산MBC, 부산경남대표방송 KNN, 부산문화재단,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공동주최하고 선화보존회, (사)부산광역시무형문화재연합회가 공동주관한다.
문화재청,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예술의 전당, 대한불교조계종, 남해군, 부산일보, 국제신문, 불교신문, BTN불교TV, BBS불교방송, (사)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 등이 이번 전시회를 후원하며, BNK부산은행은 이번 전시회를 특별후원 한다.


이번 전시회를 공동주최하는 부산문화재단 유종목 대표이사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기계문명시대 한 가운데에서 선묵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될 이 전시회에 많은 동참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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