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백과 무르익은 추석은 아니지만 간간이 고개를 내민 노오란 감, 드문드문 빨간 기운을 내뿜는 대추, 녹색의 밤송이가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운데 들판에는 누런 곡식이 익어가고 있다. ‘아! 가을이구나’를 실감하는 순간 ‘아! 추석이구나’로 바로 징검다리가 놓인다. 출렁대는 자연현장을 보면서 추석맞이를 하는 우리의 마음은 풍요롭기도 하고 약간 덜 채운 듯한 허전함도 뒤따른다. 가을이 정중앙으로 진입한 10월에 추석을 맞이한다면 우리는 분명 자연에서 잘 익은 햇과일 햇곡식을 차례상에 올리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9월에 찾아온 추석은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어 덜 영근 수확물로 대신해야 하는 아쉬움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예로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해라’는 우리 조상들의 진리와 지혜의 말씀이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심어져 있었기에 9월에 찾아온 명절이건 10월에 찾아온 명절이건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함과 부족함을 적절히 조율하여 모든 부분에서 조화로움을 갖게 되는 이날, 모처럼 가족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눈다. 지역소식 고향소식을 주고받는 정보 교류의 장 공감의 장 소통의 장으로 심장이 뜨거워질 때 푸르던 박에는 살이 오르고 둥그런 마음들이 빚어낸 웃음은 만월(滿月)로 피워 올라 이곳저곳을 환하게 비춘다.                               박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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