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미(시인)-
불혹의  알몸으로도
 간혹
 봄산의 달거리와
가을 밤의 수태를
꿈꿔보기도 했으련만

언제나
삼라만상을 머리에 이고
구도하듯
조용히 천리향을 뿜고 있는 너

밤마다
음과 양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거세하는
갱년기의 슬픈 사내

 

-시작노트-
어린 시절,
마루에 서서 까치발을 해야 만 보이는 산능선이 있었다.
새벽녘이면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아버지는
그 산을 향해 집을 나서곤 하셨다.
아직은 어둑한 산속에서
성자처럼 그윽히  앉아있던 버섯들,
남근을 닮은 특이한 형상 때문일까
내 유년의 아침상으로는 가장 오래 기억이 된다. 

어린시절 향수 때문인지 종종 재래시장을 찾을 때가 있다.
하지만 천리향을 뿜어내던 그 옛날의 버섯은  어디에도 없다.
불혹의 나이를 지나 어느덧 나도 지천명을 바라본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고향의 버섯내음,
갱년기를 막  지난 남편에게서 맡기 시작한건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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