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들과 향우들의 많은 관심으로 지난 25일 ‘남해사투리 글짓기 대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면을 통해 ‘남해사투리 글짓기 대회’의 수상작을 소개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야아야. 쌔이쌔이 일어나서 살빡부터 씰고, 조리로 물뿌리감소로 축담 때도 좀 베끼끄라" 밤중에 내려와 인자 좀 자고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어메의 성화가 시작이다.팔순이 넘은 어메. 을축생으로 소띠답게 부지런하시며, 듬직 하시다.

  혼자 고향에서 몇마리의 염생이와 벗하며, 삼을 받아서 대작대기 끝에 줄을 연결하여, 주룽 주룽달아 이슬을 맞히며 바랜뒤, 째고.삼고.물레에잣아서, 돌굿에 올린후 된장과 양잿물에버물린 물에 익키서,올을 맨들어 폴고, 세베미의 논농사는 넘한테 맺기고, 서마지기 밭에서 마늘과. 시금치등 풋남새를 기름소로, 그래도 도시생활보다 상구 났다며, 아직은 기분이 좋은 편이다.

연세도 있고하여, 한번씩 고향에 들리면, 일 시킬것을 생각날때마다 잭기장에 몽창 적어놓고, 다해놓고 가란다.

   "밥묵고는 몽티 밭언덕에 큰 낭구도 비 뿌리고, 밭가도 대강 가시놓고, 시금치도 캐야 될기다. 올해는 전에보다 값이 상구 많이 나강께, 춥어도 시금치를허고, 조합에 많이 냈다. 인자는 되에서 마늘 농사는 못짓것다. 값도 헐코 리아끄도 몬 끌고 댕기것더라. 아아래 여름에 고메도 쪼갬 나아가지고, 밭에다 빼데기를 해 났더만, 비가 온게 할짓이 아닌기라. 그래도 너어가 와서 쬐갬씩 일을 해준깨 한다마는, 반치나 엎푸리서 하는일이, 맴만 앞서가제 일이 굴어야제"

   혼자 생활을 하시다가 모처럼 아들을 만났으니, 입이 쉴 시간이 없다.
" 호박도 부지런한 쟁이가 심더니, 호백이 많이도 열었는기라. 너어도 많이 실고가서 이웃에도 한덩이씩 주고, 시금치도 쪼갬씩 갖다조라. 염생이 준다고 밀감 껍데기랑. 과일껍데기 몰라 준다고, 욕 봤을끼다."

   어메는 받는 고마움에 쓰레기 봉투값 줄인다는 것은, 모르는 모양이다.
한나절이 넘도록 시키는 일을 거의 마무리하고, 늦게라도 갱번에가서 개기를 잡아보고 싶은데...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까꾸리도 뻐들어 졌더라 고치놓고, 수월하거든 하나더 만들어라. 쑤시 빗자리감도 한개는 맨들기다. 그라고 청우에 거무줄도 좀 떼 놓고, 데안으로 물이 들어와 청및으로 솟아나면서, 난리가 났는기라. 그것도 손을 좀 봐야 헐기다"

  도대체 일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서있는듯 하니 이번에는 "도장문 열어봤나. 새앙바리가 있는것 같더라. 구멍을 찾아서 막고, 찍찍이를 펴 놓으란다. 참! 낫치랑 정기칼허고, 시금치 깨는칼도 징그래키 들지않는다. 매애미 갈아놓고."

  어둑어둑 어스럼이 깔릴때에야  "잔 정기 물을 뎁히났다. 얼릉 씻고 밥묵자"
허리펼시간도 없이 일을 하였더니, 밥맛이 꿀맛이다. 자연산 시금치 무침에. 써대 조림등. 진정 고향 맛이다.

저녁 밥을 먹고난후, 이제는 별일 없겠지 싶어 쉬고 있으려니
"차 안막히고로 저녁 늦게 갈라모, 새집에 한번 가바라. 새집엄마가 아푼갑드라. 왔다가 디리다 봐야 안 허것나"

고단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동네 어귀에있는 쪼갠한 점빵에 들렸다. 우리애들은 이곳을 24시 상점이라고 부른다. 시도 때도없이 문만 두드리면 할아버지가 나오신단다.

선물을 준비하여 새집에 들렸더니, 당 숙모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 온제 왔드노. 너그메는 아픈디도 없이 일만 많이 해 샀제. 늙어모 죽어야제 넘 한테까지 고생을 시킨다 쿤께네"
  아푼사람이 말은 일사 천리다. 편안한 마음으로 쉬시라는 말을 남긴채 집으로 오려니, 아직 초저녁인데 인적이 끊긴지 오래인 것 같다. 

 옛날 130여호 되던 마을이, 지금은 80여호가 될런지? 애들 교육 문제며, 돈때문에 객지로 다 나가고, 현재 네오간에 같이 살고 있는사람이, 몇집 되지도 않을것이고, 우리 어메와 같이 칠순. 팔순을 넘기고, 혼자 외로이 집을 지키고 있는 할매들이, 절반도 더 될기다.

   그래도 할매들 땜에 고향이 살아 있고, 정이 살아 숨쉴 것이다.

  늦은밤. 어메와 고향을 뒤로하고, 보금자리로 오면서도 걱정이 되는것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숨을 거두지나 않을까? 며칠이 지났다는 말이 들리지 않을까? 제일 걱정이다.

  고향 행정에서 단위 마을별 이장님들에게, 2-3일에 한번씩 "독거노인 안부 전화하기" 라도 하였으모 올매나 좋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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