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산
                                           - 이상미 -

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우주  빈 칸에
누군가
활자를 쓰고 있다


겨우내
갱지처럼 누런 마른 기침 소리만
목 쉰
나무 사이로 들려 올 뿐


저 산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더니
고딕체 같은
마음 속 뼈를
깎아 내고 있었구나

 

  - 시작노트 -

무릇, 시인이라면 고요한 방안에 누워있어도
시끄러운 소리에 견딜 수가 없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있는 아름다운 우주는 조물주가 만든 거대한
한권의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깊은 마음의 눈으로 꿰뚫어 보지 않으면  결코
숨겨진 경이로운 활자들을 해독도 못하고 흘러 보낼
오래 된 경전처럼.
겨울에서 봄 사이,
나뭇가지에 귀를 대고 온 마음을 귀울여 보면
우주의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고요히 들려 온다.

더불어, 모진 겨울을  버티어 온 누군가를 위해
조용히 자리를 비워 둔 신의 모습이 
여백마다 활자로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꿈틀대는 생명체 속에 감추어진
탄생의  비밀스런 울음소리를
비로소 듣게 된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