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7일동안 인사동 공화랑에서 정명화(고현면 성산) 향우2세가 개인전을 열었다.
첫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등장인물이라는 친숙한 소재와 남자친구라는 얘깃거리가 자못 대중의 관심을 끌었던지 중앙지에 전시회 기사가 소개된 뒤 찾는 관람객의 수가 늘었다.

특히 초대전의 경우 지인들 중심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큰데 이번 전시회는 일반인들의 참여도가 예상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정 화가가 드러내고자 한 것은 남자친구와의 애정표현도, 영화라는 매체의 친숙함에 기댄 것도 아닌 주류에 묻혀 드러나지 않는 비주류의 모습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주인공으로 드러내고자 함에 있었다.

정 화가는 “사실 주류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주류에 속한다. 나도 비주류다. 주류를 동경하고 닮기에 앞서 내가 비주류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비주류와 같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비주류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나와 닮은 점이 많으니 비주류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작업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애초 작품을 발표한다는 의미보다는 화가로서 나태해지거나 게을러지기 쉬운 생활흐름을 전시회 공고를 통해 주변에 알림으로써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작업에 성실하고자 함에 더 비중이 있었음도 덧붙였다.


처음에는 잊혀져가는 스타들, 반짝스타나 왕년의 스포츠선수들을 화폭에 담고 싶었는데 먼저 작업 중인 작가가 있어 그만 두고 가장 가까운 사람, 그의 남자친구에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연극배우이면서 영화배우인 남자친구(조덕제 37살)가 등장하는 영화 속 장면은 한 두 컷에 불과하지만 그것도 늘 주인공의 그늘에 가려 중심시선의 너머에 있었으니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울 수 밖에... 그래서 그를 중심에 세웠다.

그림마다 조씨의 얼굴은 선명한 반면 백윤식, 김상경, 문소리씨 등 함께 출연한 유명스타들의 얼굴은 흐리게 처리돼 있다.

정 화가의 말대로  “제 캔버스 위에선 남자친구가 주연이기 때문에 스타들의 얼굴은 의도적으로 초점을 흐리게 맞췄어요. 구도도 제 남자친구가 중심이죠.” 그래서 관객의 시선이 조씨에 집중되고 주변은 사라지면 작가의 의도는 먹힌 셈이다.


다음 작품은 내년 초 영화 <분홍신>에 등장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화폭에 담을 계획인데 남자친구의 비중이 주연배우에 버금가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그림보다는 에피소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는 이런 작품방식이 오래가면 안된다는 경계를 알고 있는 정 화가는 분홍신 작업을 끝으로 더 이상 그릴 생각이 없단다. 그 이후의 작품의 세계는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다.


정명화씨는 정일효(고현면 성산마을) 향우의 딸로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예술학부 미술학을 전공하고 일본 타마미술대학 유화과 연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동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미술학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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