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내 나이 이순이 되자 기계가 슬슬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어느 기계가 60년간 이렇게 마구잡이로 사용해도 큰 탈이 안 날수가 있겠는가. 순동제품인들 40종에 이르는 고단위 스테인리스인들, 60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있다면 금속재료나 어떠한 구조물에서도 단연 금메달감이라 해도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 다소 후회스럽지만 지금이 시작이다 하는 마음으로 틈만 나면 산을 즐기고 있다. 아직 프로의 수준에는 미달이지만, 우리나라 유명한 산에는 두루두루 섭렵한 편이다.
동해로는 울릉도 성인봉에서, 백두대간의 남으로 뻗어내린 이름 있는 산, 지리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불원간 백두산이나 다녀올까 생각중이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산사나이들의 한결 같은 소리는 산을 오를때 숨차고 고통스런 순간도 산을 정복한 순간, 아니 정상에 오른 그때의 희열은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지 한마디로 기분 짱이다. 산을 종하 하게된 동기는 아마도 철부지때부터 그런 습성이 형성되었는지 모른다.
고향집이 남해금산 바로 밑에 있는 신보탄이라 자나깨나 금산과 함께 성장해왔다. 금산이 바로 우리집 뒷산이요, 금산의 앞마당이 바로 우리집 마당이라, 아마도 금산 산신령님은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미주알 고주알 다 꿰뚫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금산의 품속에서 자라온 나는 어느 산을 오르더라도 금산으로부터 받는 그런 기분을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산을 정복했을때 날아 갈 듯한 기분은 형용할 수 없으리만치 좋지만 뭔가 감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이다.
눈으로 헤아릴 수 없지만 그것이 바로 일종의 정기인가.
해발 681미터. 육지에서 솟은 산이라면 아마도 일천미터는 넘을 것이다. 초보자들에게는 그래도 쉽지 않은 산행 길로 호락호락 하지는 않은 편이다. 금산의 첫 관문인 쌍홍문에 거의 다다를 때면 대장바위가 금방이라도 굴러 내려올 것 같은 기분이며, 금산을 수호하며 장검을 비켜차고 떡 버티고 있는 형상은 조물주의 신통력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부처님이 세존도를 통과하기 위하여 석선을 조선하면서 생겼다는 쌍홍문, 발바닥으로 땅을 치면 풍악소리가 나오는 음성굴,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용굴, 왜란시 주민 백명이 피란을 하며 살았다는 백명굴, 아래서 보면 날일이요 위에서 보면 달월로 보인다는 일월바위, 중생들의 소원을 꼭 한번만은 들어준다는 우리나라 삼대 기도처인 보리암, 조선조 태조 이성계가 200일 기도 후 왕위에 올랐다는 이씨 기단, 촛대봉, 상사암 등 금산 38경. 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 없으리만치 기기묘묘한 형상과 품고 있는 이야기는 백번을 들어도 천 번을 봐도 지겹지 않다.
여기 저기 산을 오를 때마다 습관적으로 금산의 바위 모양과 비교하는 버릇이 있다. 금산의 바위 하나하나 조물주는 특별히 세심한 배려를 했을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나는 행복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다가올 앞날이나 금산이 내 곁에 있어 기분이 좋다.
조물주가 내려주신 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경관을 베개 삼아 노후를 지낼 것으로 생각하니 마냥 즐겁기만 하다.
지금도 내 고향 금산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고 흥분하는 이유는 그곳은 영원한 나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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