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자신의 건강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고 걱정을 하며 항상 몸의 어느 부분이 아프다고 이야기하며 의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소위 ‘건강염려증’에 걸렸다고 말하게 된다. 이번 기회에 건강염려증에 대해서 알아보자.

사실 누구나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걱정을 한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고 그렇게 지나치지 않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상식적인 건강수칙을 잘 지키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염려증이 있는 환자들은 항상 끊임없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걱정을 하게 된다. 그 행위가 습관적이고 성격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소위 정신신체증산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건강염려증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호소하는 증상들이 많고 복잡하다. 그렇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정신신체증상은 실제로 신체에 기질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나친 긴장, 불안상태가 무의식적인 정신상태에서부터 신체의 어느 한 장기로 옮겨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흔히는 그 증상을 표현하기 쉬운 장기가 대상이 된다. 그래서 건강염려증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들에는 위장관계 증상들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

이 건강염려증은 중년 여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중년 남성들이야 자신들이 느끼는 불안 혹은 스트레스 등에 의한 증산을 호소하고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중년남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또 노인들도 자신이 무시당하고 고독하며 자신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강염려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 나이가 들면서 노인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체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기 시작하는 데다가 실제로도 자신의 몸이 가장 친숙한 개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강염려증 중년여성과 노인에게 자주 발생


건강염려증이 있는 환자들은 의사들이 쉽게 구분할 수가 있다.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을 매우 과장되게 표현하거나 실제로 필요가 없는 수술을 여러 번 받은 병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의사들도 때로는 이런 환자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무심코 “당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하는 말 한마디가 그 환자를 매우 화가 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그 환자는 당연하게 이 의사, 저 의사를 찾게 되면서 온갖 검사를 다 받고, 온갖 약을 복용하게 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을 여러 차례 받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가 있거나 혹은 환자에게 이로운 점은 없다. 하지만 건강염려증 환자는 이렇게 해서 친구들의 관심을 끌고 또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친구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려 하는 것이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은 자신의 여러 가지 견디기 어려운 상황으로부터 피난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 어느 한 부분에 이상이 있다고 굳게 믿음으로써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상황으로부터 의식적으로 떠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의사가 “당신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라고 선언하면 당황하게 되고 또 의사에게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강염려증으로 유명했던 역사적 인물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다. 1856년 크리미아에서 돌아왔을 때 나이팅게일은 매우 쇠약해져 있었는데 나이팅게일은 자신의 설명으로 “자신은 심장병에 걸려있기 때문에 곧 목숨을 잃을 것이다”라고 주장을 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은 그 후로도 무려 54년을 더 살아서 90살까지 장수를 누렸다고 한다. 그리고 또 이 건강염려증 환자들에서는 그들이 호소한 증상들 외에도 실제로 있는 다른 질환들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흔히 환자나 의사가 모두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에만 신경을 집중하다가 실제로 문제가 되는 위중한 질환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이런 면에서도 신경을 쓰게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건강염려증 환자가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소위 ‘돌팔이 의사’를 만나서 큰 낭패를 당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신호철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의사 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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