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제 폐지와 재고량 증가, 수입쌀 시판 등으로 쌀 값 파동이 우려되는 가운데 수확기를 앞두고 나락 값 마저 대폭 떨어져 농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수확기 쌀값 전망과 지역쌀의 현주소 등 현안을 살펴보고 개선방향을 찾고자 한다.<편집자주>

수확기 쌀값 대란 오나

쌀 개방 이후 값싼 수입쌀이 물밀 듯이 쏟아지고 있고 재고량도 넘쳐나 쌀값 폭락이 예상됨에 따라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깊다.

이는 쌀 수확기를 앞두고 추곡수매제 마저 폐지된 데다 수입쌀과 재고량의 증가, 쌀 소비감소 등에 따른 올해산 쌀 가격이 폭락할 것이란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쌀재고량은 역대 최고치인 720만섬이다. 이에 정부는 쌀값 하락 방지를 위해 대북지원용 쌀(40만톤)과 주정용쌀 방출(94만섬)을 대폭 늘렸지만 올 10월 재고량은 672만섬으로 추정되고 있어 여전히 쌀값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밖에 올해산 쌀 수매를 앞두고 농협의 쌀재고도 심각한 수준이어서 재고량이 많은 농협마다 쌀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 

이같은 재고량 증가는 생산에 비해 소비는 줄었지만 수입쌀이 계속적으로 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쌀 생산량은 3472만 8000섬인데 반해 소비량은 약 2800만섬인 것으로 나타나 672만 8000섬이 남아돌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연간 쌀소비량도 지난 2000년 93.6kg에서 지난해는 82kg으로 줄었으며 올해는 약 81.1kg으로 감소될 전망이다.

게다가 수입쌀이 약 143만섬에 달해 총 약 816만섬이 시장에 과잉공급된 셈이다.

특히 올해 중국산 찐쌀 수입량은 지난해에 보다 327톤이 증가한 1만톤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쌀 재고량 증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중국산 찐쌀은 수입자유화 된 품목으로 지난 2003년 약 8000톤에서 매년 20% 이상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도ㆍ소매 판매업자들도 쌀 매입에 나서기 보다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어 재고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쌀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내린 쌀값 하락이 폭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거창 등지의 일부지역 미곡종합처리장 연합회는 쌀 재고량을 이유로 올해 나락수매를 4만5000원 선에서 결정해 농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군내에서도 최근 나락수매가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약 1만원 정도 떨어진 4만 7000원 선에서 거래돼 유류비와 탈곡비, 이양비, 농약값을 제하면 남는 것이 없다는 농가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쌀협상 국회비준만은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역 쌀 경쟁력 챙겨야

농산물품질관리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군내 쌀 생산량은 3650ha에 58만5000가마(40kg)이다.

이 중 농가의 자가소비 34만2000가마(식량17만2000, 종자6400, 기타이전16만3600)를 제외한 판매량은 총 24만3000가마(정부수매 9만5000, 농협매입4만3000, 남덕농산 2만5000, 남해정미소 5만, 기타3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남해군은 올해 군내 쌀 생산량도 지난해와 비슷한 57만5000가마로 추정하고 이중 33만8400가마가 자가 소비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출하예상량을 23만6600가마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가의 자가소비량이 절반 이상인 우리 군의 경우 정부 비축량 10만 가마와 농협 매입량 5만 가마, 미곡종합처리장 판매량 등을 감안하면 곡창지대와 달리 올해 쌀 판매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수매 폐지에 따른 가격지지선 붕괴와 수입쌀의 국내시판, 재고량 증가로 국내 쌀 시장을 두고 지자체간 전면적인 쌀 품질 경쟁이 앞으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렇다할 쌀 브랜드를 아직 갖지 못한 우리 군의 경우 예년보다 나락 수매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고품질 상품화를 통한 전략적인 브랜드 육성이 시급해 보인다.

지역쌀의 상품화가 늦어진 것은 지금까지 군내 생산 쌀의 절반 이상이 농가 자체 소비와 정부수매를 통해 어느 정도 판로를 보장받아 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농가도 지역쌀의 상품화를 통한 소득 창출보다 마늘생산에 치중, 벼가 충분히 여물기도 전에 수확하는 등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해와 쌀 산업기반이 전반적으로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근 하동쌀이 20kg 기준으로 4만3500원에 팔리고 있는 반면 지역 쌀의 경우 이보다 1000원 정도 낮은 4만2500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쌀 더 이상 헐값 안된다

올해 쌀 추곡수매제가 폐지된 데다 수입쌀 시판도 가시화되면서 군내 농민들은 수확기 쌀값 대란을 우려하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지역쌀 상품화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우선 농민들은 농업인이 출자해 만든 공적조직인 농협조차 적자를 우려해 지역쌀 산업을 민간인이 운영하는 미곡종합처리장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군내 농업인들은 과거와 달리 지역토질에 알맞은 품종선택 등으로 미질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농협이 쌀 상품화의 핵심인 미곡처리장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3일 농기계 교육장에서 만난 한 농업인은 "쌀시장개방과 추곡수매폐지 이후 상품화된 고품질 쌀만이 살 수 있게 됐다"면서 "고품질 쌀생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대화된 가공시설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지역농협도 미곡종합처리장 건립 및 운영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쌀의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 현재 군내 농수축협 판매장에는 하동, 사천 등 타지역 쌀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고 지역쌀의 상품화나 홍보를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군민들은 마늘파종을 위해 벼가 한창 여무는 시기에 수확하는 잘못된 관행 개선과 지금까지 군민과 향우 사회에 잘못 알려진 지역쌀의 미질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군과 농협에서 벼 수확시기를 늦출 것을 적극 알리는 한편 군민과 향우 사회에 지역쌀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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