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인사가 하영제 군수 취임 석 달여만인 4일 단행됐다. 취임 후 곧 단행할 것으로 보았던 인사가 석 달 여를 끌어오는 바람에 인사를 통해 군정의 방향을 가늠해보고자 했던  우리의 심정은 마치 타고 있던 기차가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심정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석 달간이나 끓고 있던 국솥의 뚜껑을 얼어버린 것처럼  공무원들은 좋든 싫든 이제 후련함을 느낄 것이다.

하 군수의 지난 3개월은 취임 전부터 진행돼온 여러 대형정책사업들 중에서 그 목표가 지나치게 확대포장 됐거나 현실성으로 볼 때 거품은 없는지 세밀하게 파악하고 진단하여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소한의 필요시간이었다고 본다. 담당공무원들과 함께 사업을 논하면서 현실성을 파악하고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동안 하 군수는 나름대로 공무원들에 대한 평가를 해왔을 것이다. 군수가 추진하고자 하는 군정은 결국 공무원들의 일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므로 공무원들의 관심과 능력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우리는 하 군수의 그 첫 인사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한편에서 군수 교체기에 들어간 지난 4월20일 경부터 9월말까지 무려 5개월 이상 학생들의 방학 마냥 공무원들도 방학이었다고 지적하는 여론에도 공무원들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제도가 가진 허점 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인정하더라도 군수교체기에 보여준 남해군 공무원들의 자세는 좀 심하지 않았느냐는 군민들의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는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뜩이나 우리 앞에는 시간을 다투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부쩍 늘었다. 부족한 예산 속에서도 창선연륙교 시대를 대비할 개발도 서둘러야 하고, 이미 시작한 대형관광개발사업들도 차근히 마무리해나가야 한다. 정부의 세이프가드 해제 비밀협상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듯이 정부의 농업개방정책에 맞서 지역경제의 근간인 마늘과 쌀 산업을 지켜내는 한편으로 지역산물의 공동브랜드 개발 등 유통사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리의 관광산업의 자원인 깨끗한 자연환경을 위협하면서 어민들의 삶의 터전마저 망치려 드는 광양만 엘엔지복합화력발전소 건설 기도도 기필코 막아내야 한다. 복잡하게 얽혀버린 장묘정책도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시급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군과 군민이 한 덩어리가 되어야 한다. 군과 군민이 한 덩어리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공무원들이 헌신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군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인사가 단행됨으로써 실질적인 민선3기 시대가 열렸다고 봐야 한다. 남해군 500여 공무원들이 헌신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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