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법이 시행된 이상 거리제한이 없는 '부부 한 곳에'라는 주장은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법을 어기든지, 장사법을 개정하든지 두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단서규정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빈 것이 혼란을 부추긴 핵심 요인이었다.

이에 관해 그 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지난 16일 남해군의회가 재의 요구된 묘지조례를 부결함으로써 그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지금까지 매달린 소모적인 법리논쟁에서 벗어나자! 우리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항상 역사의 흐름 속에 있다. 이를 시대의 흐름, 변화하는 시대라고도 말한다.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말은 역사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말이다.

남해군이 다른 자치단체에 앞서 장묘문화개혁을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한 것은 남해의 미래를 대비하자는 뜻이었다. 많은 예산을 들여 공설공원묘원을 지었다. 납골묘 보조금을 받으려는 문중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화장장려금과 개장장려금을 지원한 결과 화장률이 급격하게 늘었다. 설천면 문항마을의 경우, 공동묘지를 공원화하기 위해 동민들 전체가 화장에 서명했고 곳곳에 퍼져있는 묘를 전부 개장하여 묘지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번 추경에 남해군은 화장장 설치예산 10억원을 편성하지 않았는가? 다시 말해 '매장에서 화장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 된 마당이다. 아직도 '왜 하필 남해군이.....,'라고 말하는 한 의원처럼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날 때가 한참 지났다.
문중납골묘를 조성한 문중의 경우에는 '부부 한 곳에'라는 구호가 전혀 쓸모 없는 말이다.

조만간 군내 대부분의 문중이 납골묘역 설치로 전환될 것이다. 이런 시대의 변화를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면 남해군과 남해군의회는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납골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그토록 외쳐온 '공동묘지정비조례'를 만들었어야 했다. 정작 필요한 정책을 연구하지 않고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일부 언론의 무모한 주장에 휘둘려 우리가 소비한 에너지가 얼마이며 군민들이 겪고 있는 혼란은 무엇인가? 책임을 느끼는가?

이번 묘지조례사태는 남해군 공무원들의 말처럼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자존심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변화된 현실을 읽을 시간이 부족했고, 나아갈 방향을 아직 깊이 고민하지 않은 군수에게 아무도 제대로 된 정책보좌를 하지 않은 공무원들의 탓이다. 어제까지 그렇게 강력한 단속을 펼치던 공무원들이 군수가 바뀌자마자 소신과 일손을 놓아버린 데 있다.  

이제 남해군은 새로운 지침을 군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원점에서 새롭게 출발하자! 시대를 내다보면서 군민 불편을 해소하는 묘지정책이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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