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관이 아무리 급변한다고 해도 우리가 결코 소홀하게 여겨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아직도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우리 지역의 민속놀이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보존 발전시켜나가는 일이다.

민족 고유의 명절날 마을공동체 주민들이 한 덩어리로 어우러졌던 대동놀이 한마당에는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았던 조상들의 따뜻한 마음과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 특히 설 마지막날이기도 한 정월 대보름날 펼치던 마을공동체놀이를 우리는 그런 대로 잘 보전해나가고 있다.

이동면 화계마을 배선대놀이, 남면 선구마을 줄끗기놀이, 설천면 덕신마을 줄끗기놀이는 우리 선조들이 대보름날 펼친 대표적인 마을공동체놀이들이다. 이들 공동체놀이들이 올 정월보름날에도 모두 진행되며 또한 상주해수욕장에서는 상주면민들이 준비하는 달맞이 축제가 전보다 훨씬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지게 됐던 마을공동체놀이를 되살린 지혜를 가진 군민들이다. 이들 공동체놀이를 되살리기 위해 그 마을 주민들과 군 문화당국, 군내민간민속학자들이 함께 기울인 노력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땀과 정성을 쏟았던 사람들의 공은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이 아름다운 공동체놀이는 현 세대가 이어받고 또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문화자산이기도 하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정월대보름 공동체놀이 한마당으로 달려나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이번 보름날 펼치는 선구줄끗기놀이는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해 시연하는 것으로서 무형문화재 심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행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번 정월대보름날은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무형문화재를 가진 지역이 되느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날이다. 선구줄끗기놀이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 이를 보존하기 위한 국가예산을 지원 받는 등 그 동안 주민들이 아쉬워했던 것들을 많은 부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일 군민들의 성원의 크기도 심사위원들의 판단에 크게 영향을 줄 것이므로 이번 보름날 특별한 일이 없는 사람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화계마을로, 선구마을로, 덕신마을로, 상주면으로 달려나가자. 달려나가서는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자녀와 함께 주민들의 공동체놀이 속으로 흠뻑 빠져들어 보자. 

한 해 소원을 적어 달집과 함께 태워날려 보내는 가족행사를 정성껏 준비해보면 가족의 화목, 자녀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줄뿐만 아니라 우리 것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산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이번 정월대보름날에는 휘영청 밝은 대보름달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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