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태씨, 0.1%도 중요한데 가중치 무시

최근 선거운동기간을 앞두고 언론사, 후보자들이 앞다투어 지지도 조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신문사의 지지율 조사 발표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3월과 4월 두차례에 걸친 남해뉴스사의 지지도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정현태 후보진영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본격적인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지난 4월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인식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조사를 하고도 발표를 하지 않은 이유를 상세히 보도하고, 지지도 조사결과 발표의 허와 실을 취재했다. 이는 어떤 후보의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거보도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임을 양해바란다. <편집자 주>

선거는 투표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보장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또 언론은 그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는만큼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선거와 후보에 대한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할 것이 요구된다. 선거운동기간에는 각종 유언비어, 흑색선전, 근거없는 일방적인 주장이 난무하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보도로 인해 특정후보나 정당에 치명적인 손해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의 선거여론조사는 유권자들에게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이 되어야 하고 여론조사보도도 그러한 목적에 부합할 때 그 의미가 있다.

= 빗나간 여론조사 결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선거여론조사가 가장 단적으로 실패한 예는 지난 2000년 제16대 총선때다. 당시 4월13일 오후6시 시보와 함께 민주당 제1당 확실시라는 제1보에 이어 전국 227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당선예상자의 명단이 방송되고 중앙일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앙일간지가 이 제목 그대로 가판을 발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케이비에스(KBS)는 21개 지역구, 엠비씨(MBC)도 23개 지역구에서 1, 2위의 예측이 뒤바뀌었고 결국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실패를 나았다.

이 결과를 두고 중앙일간지들은 방송3사의 예측실패를 질타하는 기사를 싣고 방송사는 여론조사기관을, 여론조사기관은 선거법 미비와 무성의하고 거짓응답을 한 국민들을 질타하는 촌극을 빚었다.
과학적인 방식을 총동원했다는 이 여론조사에서 엠비씨가 22억원, 케이비에스와 에스비에스가 23억원을 여론조사기관인 갤럽과 TN소프레스 등에 지불했으나 결과는 이런 참패를 겪은 것이다.

= 정치는 숫자놀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지도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그 과학성 여부를 떠나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언론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여론조사의 과학성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여론주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숙명여대 양승찬(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다양한 정보 가운데 다른 유권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줌으로써 유권자가 정치적인 입장을 결정할 때 자율성을 제약받을 수 있고, 정치과정, 선거과정을 숫자에 의존한 게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조사결과 유리하게 나온 후보는 대세론에 힘입어 훨씬 더 유리해 질 수 있다는 점과 중요한 정치적 입장을 결정하는 문제를 숫자놀음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 자질과 도덕성 검증, 비교에 따른 신중한 판단을 추구해야 한다는 정책선거의 관점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이 때문에 남해신문은 지지도 조사를 했으나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 가중치 적용에 따라 결과 달라져

이런 문제외에도 지지도 조사는 그 정확성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다.
이번 남해뉴스의 지지도 조사에 대해 정현태씨쪽이 문제제기를 한 것도 정확성 문제다.

정현태씨는 '지역언론의 공정보도를 촉구하며'라는 성명서를 통해 '남해뉴스는 3월21일, 4월25일 두차례에 걸쳐 군수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내면서 지역별, 성별, 연령별 인구비례에 따른 표본추출이라는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고 부동층을 겨냥한 세몰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쉽게말해 정현태씨쪽이 유리한 20, 30대 연령층은 인구비율보다 적게 조사됐는데도 인구비율에 따른 가중치 적용을 하지 않고 분석함으로써 결과를 호도했다는 것이다.
남해지역내에서 이뤄지는 여론조사는 대부분 인구비례에 따른 표본추출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표본을 추출할 경우 그 비용과 기간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평소 여론조사에서 이같은 논란이 되지 않는 것은 표본추출을 하지 않아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큰 문제점이 없기 때문이다.

4월8일부터 사흘동안 실시한 남해신문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항목이 군수후보 선택기준, 시급한 지역현안 등에 대한 조사결과는 정책과 공약에 37.8%, 도덕성은 24.5%로 조사되는 등 응답율 차이가 많이 났다. 또 응답율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경우 연령별 분석, 지역별 분석을 따로 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분석방법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런 조사와는 달리 0.1%의 오차에도 민감한 지지도 조사는 그 정확성을 아무리 높인다 하더라도 문제점을 낳을 수밖에 없다.
정현태 후보진영은 "인구비례에 따른 표본추출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그 조사를 바탕으로 연령별, 성별 인구비례 가중치를 줘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대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2002년 3월말 현재)인데 여론조사에서 20대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7%에 불과했다면 20대의 여론이 조사결과에 그만큼 적게 반영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젊은 층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정현태씨쪽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남해뉴스쪽 설문조사결과 보도에는 연령별 응답자수가 나타나있지 않아 정현태씨의 주장이 남해뉴스 보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알수 없지만 일반적인 전화설문조사에서 20, 30대의 응답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가중치를 대입했을 경우의 결과를 알수 있느냐는 질문에 남해뉴스 임상연 편집국장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은 용역기관에 알아보라"며 대답을 피했다.

정현태씨 선거관계자는 "우리가 의뢰해서 4월22일부터 2일동안 조사한 결과는 무작위로 조사했을 경우에는 하영제 : 정현태 : 제충국씨의 지지도가 38.5 : 22.1 : 10.2였는데 연령별, 성별 가중치를 적용했을때는 36 : 23.8 : 9.3로 차이가 좁혀진다"고 조사자료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하, 정씨의 지지율 차이는 16.4%에서 12.2%로 줄어든다. 4.2% 차이는 충분히 대세론으로 가느냐, 역전이 가능한 판도가 되느냐를 짐작하게 할만한 수치라는 것이다.

= 비과학적 지지도 조사보다 의제발굴로 전환해야

물론 이 근거를 수학적으로 대입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호남대 김덕모(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지율 조사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오랜 경험에서 축적한 가중치 적용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무응답율이 각 문항의 응답률을 상회하는 3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조사결과는 여론조사의 의미를 상실한다"고 말했다. 무응답율이 이처럼 많을 경우 무응답자의 실질적인 의사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자체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후보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더더욱 의미가 없다"며, "차라리 지역의 의제를 찾거나 리더쉽조사를 하는 등의 여론조사가 공공저널리즘을 실현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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