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마음입니다. 생각에 따라 옮겨지는 말은 아무리 표정에 변화가 없어도 이미 자신의 심중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미 정해진 마음 따라 나타나는 말은 천차만별의 가지를 형성합니다. 그 가지 속에는 오랜 세월 동안 다져진 성격이나 생각의 고리가 형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말 대로 된다.’는 槪念은 생체면역계의 작동이나 신체 상태에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있습니다. 말이 이처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할 정도라면 말 한마디 뱉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시선은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말은 좋은 말은 좋은 말로 다시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속담이지만 만약 말로 인하여 시비가 그치지 않는 형국이라면 아는 것만 가지고는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에는 영감(靈感)으로 떠오르는 말이 있는가하면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도 있습니다. 이러한 말의 차이에서 인생의 흥망이 갈리기도 합니다. 
말을 뱉는 순간 이미 그것은 나의 말이 아니라 세상이 이끄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말이었다면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고 비방과 비판의 말이었다면 또한 그 말 대로의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아주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그는 경쾌한 목소리로 “반갑습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안부를 물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그가 대화 끝에 문득 이런 말을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아 참 얼마 전 어느 분과 전화 통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이 당신이 한 말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구먼요.”
내가 그 지인과 나눈 말이 무엇이었을까 당장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어느 순간 나의 말 한마디가 돌고 돌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웃도는 주제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내가 한 말은 반드시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유훈에서 말의 무게감이 훨씬 더 커지기만 합니다. 이왕이면 내가 한 말이 모든 이의 가슴에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운으로 자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느끼면서 말입니다. 

송나라 장자는 말 없는 소리, 소리 없는 소리가 참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말 속에 함축된 속 깊은 뜻을 헤아리거나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비언어적 의사 표현이 훨씬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른바 말보다 진실한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요즈음처럼 말의 가치가 상실되어 버린 세상에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러한 진언을 거울삼아 경청의 의미를 되살려본다면 생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남의 말을 조용히 듣는다는 것은 나를 낮추면서 상대를 높이는 격 높은 자세입니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듣는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도 없습니다. 경청은 그야말로 대소 생명의 소리를 직관할 수 있는 초 이심전심의 바탕이 되는 일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자세를 갖추고 조용히 하늘과 땅에서 들려오는 경이로운 소리나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영감(靈感)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새로운 시선으로, 보다 새로워진 감각으로 들을 수만 있다면 이미 당신은 훌륭한 인격을 갖춘 지혜로운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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