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제도 개선안으로 인터넷과 언론이 뜨겁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제시한 연금 보험료율 인상, 연금지급연령 상향, 기준소득월액 상한선 상향 조정 등이 언론에 보도되자 먼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이 국민연금 관련 청원으로 도배가 되었다. ‘국민연금제도를 폐지하라!’는 청원부터 ‘가입하고 싶은 사람만 가입하도록 하자!’는 등의 반대여론이 비등하자 결국 대통령까지 ‘국민의 동의가 없는 개혁은 없다’고 수습에 나서야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되돌아보면 30년 남짓 걸어온 국민연금제도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고 앞으로도 그 길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향후 10년 이내에 급격한 고령화와 2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저출산의 결과로 노인은 많고 부양할 젊은이는 절대 부족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될 것인데, 그런 나라의 국민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국민정서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문제는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우리의 부모와 우리가 만들어온 결과이며, 우리와 우리의 자손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할 길이 없다. 
극단적인 주장에 따라 국민연금제도를 없앤다면, 국민연금의 가입을 개인이 선택하게 한다면 행복할까. 아마도 기초연금이나 기초수급과 같이 세금으로 지급되는 제도가 국민연금을 대신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연금 보험료로 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야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세금폭탄을 안기고 우리는 마음 편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또 그들은 기쁘게 세금폭탄을 받을 것인가. 이미 글로벌 시대, 사랑하는 자녀들이 세금 적은 나라로 이민을 가버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건 몰라도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은 우리 사회의 건전성과 지속성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이건 외면한다고 외면할 수가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것이 튼튼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서로 도우는 안정되고 수준 높은 사회라는 증거다. 
국민연금 재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출산율과 평균수명이다. 국민연금을 처음 시행하던 1988년의 합계출산율은 1.55명이고 출생아 수는 63만명, 평균수명은 70.7세였다. 2016년 현재 합계출산율은 1.17명이고 출생아 수는 40.6만명, 평균수명은 82.4세다. 그동안 출생자 수는 매년 줄어 30만명 이상 격차가 발생했고, 연금은 12년을 더 지급해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려는 국가의 정책은 2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지만 계속 떨어지기만 한다. 앞으로도 올라갈 것 같지 않다. 이건 치명적이다. 지금 태어나고 있는 이들의 미래가 캄캄하다. 평균수명은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충 2년에 1세씩 늘어나고 있다. 설상가상이다. 
지금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은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미래의 부담을 더는 일이고 은퇴를 앞둔 세대에게는 나중에 젊은 세대들에게 욕먹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성의다. 그런 후에는 합계출산율의 변동에 따라 보험료율이 자동적으로 변동되도록 해야 한다. 또 평균수명의 증가에 따라 보험료가 자동 올라가거나 수급연령이 자동적으로 늦춰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연금 보험료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 적정수준의 사회적 비용은 한 사회를 건전하고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하는 비용이다. 내가 사는 동안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살기위한 필수불가결한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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