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장관 시절, 아직 비중도 크지 않고 부침이 심해 사기가 꺾인 직원들을 향해 “우리가 함께 비전부터 세우자”고 주창하면서 “비전이란 모두가 함께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라는 책에 나온다.  
왜 ‘비전의 정의’를 서두에 말하는가? 지난달 23일 개발행위허가가 나버려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망운산 풍력발전소에 대한 해법의 입구가 없는지 찾아보기 위해서다. 장충남 군수는 후보 때 “망운산 풍력발전소, 창선의 석산개발 등 군민의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숙의 민주주의’로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숙의 민주주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개발행위허가를 인가해주기 이전이어야 한다. 이 사안에 관한 한 장충남 군수는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이번 군 행정행위의 결정적 하자는 주민이 반대의사를 표현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데 있다. 아무런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던 군민들은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군민의견 수렴절차도 없이 행정이 독단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고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군은 지난 7일 뒤늦게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요지는 “개발행위인허가 민원은 누구에게나 보장된 법적 권리이기 때문에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어 오면 행정은 해태할 수 없다. 착수 전에 이행해야 할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사업자가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착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본지는 군의 이 같은 해명이 첫 단추를 맨 아랫구멍에 끼워 입고 다니는 격이라고 본다. 만약, 이후 망운산이 훼손되는 것에 반대하는 주민조직이 만들어져 어떤 행동을 취할 경우 어떻게 될까? 그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의견을 피력해온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부터 합법성을 갖췄다고 주장하고 나설 사업자가 반대행동을 조직하는 주민을 상대로 업무방해혐의 등을 걸어 제소할 경우를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다. 이는 행정이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피해자를 양산할 개연성이 크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미 이뤄진 행정행위라 하더라도 철회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한 반면 사업자에게도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게 돼버린 마당이다.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는 솔로몬의 지혜보다 더한 지혜가 필요하다. 본지는 그 대안을 우리도 제주도의 ‘카본제로 2030 프로젝트’와 같은 비전을 세우는 데서 찾자고 제안한다. 이 프로젝트는 제주도를 2030년까지 카본배출 제로섬으로 만들겠다는 제주도만의 ‘비전’이다. 카본은 다이옥신과 같은 물질을 태울 때 발생하는 유해한 물질이다. 이를 제로화하겠다는 정책적 비전이니 따라 배울 만하다. 친환경 에너지 자립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까지 잡기 위해 모두 전기자동차로 바꾸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세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우선 ㈜남해파워 측에 우리도 2~3년 안에 ‘에너지자립 보물섬’이라는 우리만의 비전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설계하는 과정에 당신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동시에 그 결과로 진척될 에너지사업권도 당신들에게 최우선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번 개발행위허가만은 스스로 철회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하는 방법,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바로 그것이 비전’이라고 밝힌 고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남해군 에너지자립 섬 프로젝트에 적용할 순 없을까? 장충남 군수의 혜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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