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높은 지위에 있으면 교만함을 경계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되며, 몸가짐이나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적당한 곳에서 만족할 줄 모르고, 무작정 밀고 나가다가 도리어 실패하여 후회한다는 뜻이다.
중국 주역(周易:역경易經) 건괘(乾卦)있는 6효(爻:점괘漸卦)의 뜻을 설명한 효사(爻辭:효의 뜻을 풀이한 것)에 나오는 말로,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龍)은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의미이다. 이 세상 이치(理致)가 달도 차면 기울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했다. 오르막을 다 올라 정상에 서면, 내려갈 길 밖에 없다는 이치를 밝힌 것이다.
 주역의 건괘는 용을 놓고 단계별 ․ 형태별로 해야 할 도리를 설명하고 있는데, 첫 단계는 잠룡(潛龍)으로, 물속 깊이 가만히 잠복하고 있는 상태로, 잠룡은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아 준비를 하면서 섣불리 나서기보다 때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룡(現龍)이다. 수면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고, 치세(治世)를 만천하에 펴서 기세(氣勢)를 발휘하기 시작할 때를 말한다. 세 번째는 비룡(飛龍)으로 하늘을 향해 위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용으로 제왕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항룡(亢龍)이다. 하늘로 끝까지 다다른 용이 되면 절정의 경지에 이른 용으로 최종점에 이른 것이다. 그 순간부터는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자(孔子)는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초심을 잃게 되고,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라고 했다. 
 우리가 받아 들여야 할 교훈이라면, 건괘는 변화에 순응할 것과 지위가 높을수록 겸손을 잃지 말 것이며, 스스로 분수를 알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야 이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항룡유회'의 대표적인 역사적 인물을 든다면, 단종을 폐위시키고 수양(세조)을 왕위에 오르는데 큰 공을 세운 자는 한명회(韓明澮)일 것이다. 그는 계유정난(癸酉靖難)의 일등공신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권세를 누렸다. 성종 때 한명회가 한강변에 갈매기와 자연을 벗 삼겠다며 압구정(狎鷗亭)을 지었다. 이에 성종(成宗:조선9대왕)은 그에게 시 한수를 하사했다. "세 번이나 은총을 흠씬 입으니, 정자가 있어도 놀 뜻이 없구나. 마음속욕심을 가라앉힌다면 벼슬살이 갈매기와 친하련만..." 성종이 권력을 내놓으려하지 않는 한명회에게 은근히 퇴진의 압력을 가한 충고였으나, 이를 알고도 한명회는 그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말년에 권력을 잃은 한명회는 모든 관직을 박탈당하고, 72세의 노화로 최후를 맞으며, 그 후 부관참시(部棺斬屍)를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사실 사람마다 자신의 위치와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는바, 각자가 기준에 맞게 살아야 한다. 자신의 성공이 한계점에 다다를수록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알아야 하는 것이며, 욕심을 부려 자꾸 오르려고 안간힘을 쓰다보면 쇠락을 넘어, 오르기 전보다 더 비참하게 나락(奈落) 아래로 쳐 박혀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항룡유회'는 더 이상 진전하지 말고 겸손자중(謙遜自重)하라는 교훈이다. 오를 대로 올라갔으니 만족할 줄 알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생기고 패가망신(敗家亡身)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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