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야 우리 부산 가서 살자. 남해에서는 해 묵고 살게 없다. 농사지을 땅이 많은 것도 아이고 재산이 있는 것도 아이고 아무리 생각해봐도‧‧‧”“아부지 내는 부산 가는 거 싫십니다. 그냥 남해에서 사는 기 좋십니다. 아부지 어무이만 가십시오, 지는 안 갈랍니다”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부모님은 고향을 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남해에 남고 싶어 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약해져 그때부터 남해에 정착하기 위해 소를 기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15년 정도 소를 애지중지 기르다가 아들이 결혼을 했을 때 13두 정도를 물려주었다. 소를 키우며 살아야 된다는 것도 모른 채 결혼을 한 아내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 소가 있는 축사를 처음으로 가 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젖소와 육송우를 돌보게 되었다.
가업으로 물려받은 소를 기르며 낙농업을 하던 부부는 2015년 순천대학교 목장형유가공 최고경영자교육을 2년 동안 성실히 받아 그 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3년 동안 유가공협회 회원들과 치즈 만들기 공부를 하면서 남해군 남면 남서대로 684-4, 1200평 대지에 80평의 ‘해늘찬 치즈’를 완공하는 역사를 2017년에 이루었다. 지하에는 숙성실, 1층에 치즈가공실, 치즈제조실, 치즈판매실 2층에는 체험실이 마련돼 있다. 산과 들녘으로 형성돼 있는 곳에 홀로 서 있는 해늘찬치즈는 사면에서 해를 받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레 끌고 있다. 주말이면 공장과 가까운 노점에서 관광객과 길손들에게 모짜렐라치즈를 홍보하기도 한다. 공장 오른편에는 체험을 위해 송아지와 소 20여 두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축사가 있지만 분뇨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이다.
이곳을 경영하는 정철수‧채춘엽 대표는 아침 5시에 기상을 하여, 우형마을에 있는 500여 평의 해모아 농장으로 가서 30여 두의 소에서 젖을 짠다. 착유가 다 끝나면 낙농진흥회에서 직접 모아둔 원유를 가져간다. 부부는 처음에는 원유 공급만 하다가 작년부터는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축사를 관리하고 돌보는 일은 전문적인 지식이 굳이 없어도 주변으로부터 습득이 되는 부분이지만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부부는 유제품가공사2급 자격증을 각각 취득하여 사업동반자로서 나란히 한 길을 걷고 있다. 부부의 이런 탄탄한 준비와 노력으로 작년에, 자신 있게 공장을 준비하고 치즈 만드는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부부가 이 자리에 우뚝 서기까지 25여 년 동안의 축사 경험과 아버지의 축사 경험 15년이 합쳐져 별 우여곡절 없이 소와 동거동락할 수 있었다. 원유 공급에만 안주하지 않고 나만의 치즈를 만들기 위해 주야로 연구를 거듭하는 부부의 하루는 거의 변함이 없다. 아침 일찍 치즈가공실에 원유가 입고되면 먼저 살균을 한 후 냉각을 시킨다. 그리고 배양을 한 후 커드를 절단한다. 다음 정치를 하고 교반을 한 후 유청을 뺀다. 그것을 통에 담아 커드 몰더에 담아 유청 속에서 배트가압을 2회 반복한다. 그리고 몰더를 프레스에 5회 반복으로 30분 씩 가압, 배트(유청 가온)치즈를 쓴다. 유청에 떠오르는 커터를 냉각하고 염지하여 숙성실에서 건조 후 포장을 하는데 이 과정이 족히 12시간을 넘긴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구워 먹는 치즈, 스트링치즈, 리코타치즈, 숙성치즈, 요구르트 등이다. “치즈를 만들면서 보람을 느끼고 만족을 하지만 나만의 치즈를 만들기 위해 언제나 노력 중”이라는 정 대표는 앞으로 꼭 만들어보고 싶은 숙성치즈는 ’흑마늘아펜젤러나 뽕대치즈 둘 중에 하나라고 한다. 두 개를 다 만들면 안 되냐는 필자의 질문에 “나만의 치즈는 하나면 된다”라는 명품 답이 돌아왔다. 순간 머잖아 해늘찬치즈만의 고유 치즈가 탄생될 것이라는 기대가 되었다. 채 대표는 여자인지라 처음에는 앞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불안 때문에 선뜻 사업을 하자는 말을 못 꺼냈지만 지금은 ‘하면 된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익숙한 단어를 동아줄처럼 붙잡고 이 자리를 잘 지켜오고 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한 번도 사업에 대한 애로사항을 말하지 않아, 힘든 부분이 없는지를 물었더니 현재의 생활에 만족은 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꼽으라면 아내와 두 사람이 하기에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들이 체험을 왔는데 두 사람이 종종걸음을 쳤다고 했다. 그날 학생들은 공장 옆 축사에서 소와 송아지를 구경하고 체험실로 돌아가 스트링치즈를 늘리고 아이스크림과 피자를 만들었다. 2시간30분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모두 신기해하고 집중도 잘하는 100점짜리 수업이었다고 만족해했다. 곧 시설거주인들의 체험도 있음을 알리는 부부에게서 행복함이 묻어났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체험이 가능한 이 수업은 2~3일 전에 예약을 하면 원하는 날짜에 거의 가능한 듯했다. 체험 팀은 오전10시 오후2시 두 팀을 받게 되는데 가족 단위, 펜션손님, 소그룹, 단체 누구나 환영이었다.   
말수가 적지만 인상이 좋은 채 대표는 어느 날 월간 ‘낙농’이라는 책을 보고 아름다운 목장 꾸미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치즈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불쑥 했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인 2005년 순천대학교 낙우동호회에 가입하여 회원들과 1학기 과정을 배웠고, 10년 세월이 흐른 후인 2015년에 다시 순천대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부부가 순천대 배인휴 교수로부터 곰팡이치즈, 까망베르를 처음으로 배울 때 “치즈는 양식이고 백년 후에도 양식이다“라는 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치즈 만드는 꿈을 가졌고 해볼 만하다는 희망을 가지고 이곳에 공장을 지었다고 한다. 
꿈과 희망이 실현된 현실에 기뻐하며, 아침에 눈만 뜨면 목장으로 달려가 젖소들을 돌보고 그들이 준 원유로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드는 부부는 서로를 챙기고 배려하는 부분들이 무척 따듯했다. 특히 치즈를 만들 때는 더욱 한마음이 되어 나만의 치즈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커드처럼 단단해지고 있었다. 만화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에멘탈치즈는 여기 없지만 부부의 목장과 공장은 그런 곳에 나가도 손색이 없을 만큼 모든 것이 청결하고 위생적이었다. 아직 홈페이지도 없고 입간판도 없지만 치즈를 잘 만들겠다는 의지는 매일 원유처럼 싱싱했다. (무엇이든 궁금한 점이 있다면 010-5546-4119, 010-6770-8310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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