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뜻을 늦게나마 이루기 위해 50대를 바라보던 어느 날 강현자 씨는 용감하게 서울특별시에서 남해군으로 이사를 했다. 그냥 무턱대고 한 이사는 아니었다. 남해대학 수시전형에 합격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그 합격이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남해대학 호텔조리제빵과에 입학을 목적으로 1지망, 관광조경디자인과에 2지망을 하여 어렵게 관광조경디자인과에 제일 마지막 합격생이 되었다. 1지망은 인기학과에다 경쟁률이 높았던 탓도 있었지만  학생들과 조화롭게 수업이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약간은 작용을 했다. 아무튼 그녀는 2지망했던 학과에 적극적인 자세로 면접을 본 결과 영광의 합격을 안을 수 있었다. 
학교 문제가 해결되자 그녀는 과감하게 모든 서울 생활을 접고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 여기로 내려왔다. 삼동면 물건리가 시댁이어서 남편이 먼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아내를 기다려야 맞을 것 같은데 그녀가 남편보다 3년 더 빨리 이곳에 정착하여 살면서 남편을 기다렸다. 그녀는 어디에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학교생활을 하면서 몇 백 평의 농사도 귀동냥으로 지었다. 여러 작물을 심어 웬만한 농작물은 자급자족을 했지만 학생의 신분도 결코 잊지 않고 주어진 공부에 열심히 매달렸다. 아무래도 그녀의 성격상 자식 같은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한 노력들을 조금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학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그녀는 거의 불식시켜 주었다. 무난하게 20대와 잘 어울렸고 어떤 활동이 있을 때는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특히 대청소하는 날에는 학생들에게 모범이 될 정도로 자신의 몫을 잘해냈다. 조별로 과제를 해야 될 때도 솔선수범하여 팀을 이끌어나갔기에 주변으로부터 호응이 좋았다. 학생들은 이모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친근하게 다가와 궁금한 점을 묻곤 했다. 자신의 아이들이 20대니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당당한 성격의 그녀는 3년 6개월 동안 학생들이 자신에 대해 불편해 했을지는 몰라도 자신은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던 그녀는 관광조경디자인과에서 배웠던 지식들을 기초로 집에서 꽃밭을 가꾸는 일에 적용했고, 나무의 순을 줄이거나 전정을 할 때도 참고를 했다. 그리고 계절별로 나무를 자르는 방법, 여름에 자르면 과잉으로 자란다는 것도 알고 맞게 대처를 했다. 조경에 대해 알기 전에는 무관심했던 것들이 배움을 접한 후에는 새롭기도 하여 실제로 적용도 해보면서 많은 것을 깨우쳤다. 
관광조경디자인과에서 2년을 배우고 나니 처음에 거절됐던 학과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교수님을 찾아뵙고 입학원서를 넣어 간신히 호텔조리제빵학과에 입학을 할 수 있었다. 다행히 한 명의 만학도가 있어 배움을 같이 하며 서로 의지했다. 가정주부로 살면서 나름대로 했던 요리들이 있었지만 그런 요리 방법이나 습관들은 모두 잊고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 가르침대로 모든 것을 새롭게 습득을 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젊은 친구들보다는 속도가 떨어져 하나의 요리를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더디고 실수도 있었지만 이 과에서도 학생들과 잘 적응하며 내년 2월에 졸업을 앞두고 있다. 단체 생활에서 빠지지 않고 항상 함께 하기를 좋아하고 어울렸던 것은 본질적으로 싹싹한 성격이기도 했고 사람에게 잘 접근하는 영향도 작용했다.
어릴 때는 욕심이 많아서 무엇을 안 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남에게 자꾸 뭔가를 베풀고 있더라는 그녀는 사람은 나이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 변해야 하고 넉넉해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부쩍 하게 된다고 했다. 그녀는 2학년 1학기 때 1주일에 한 번씩 조리를 하게 되었으며 평소에 잘 접해보지 못했던 서양요리를 전공하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았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수업시간에 채썰기, 칼 가는 것까지도 배우면서 무에서 유를 쌓아가는 수업이 된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조리공부를 한 학생들이 이곳에 많이 진학했다는 걸 알고 나도 열심히 노력했다. 특별활동 시간에 배우고 싶은 과목을 15주 동안 접할 기회가 있어 바리스타공부를 하게 됐는데 그게 우연히 도움이 되어 현재 카페도 잘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서울에 살 때는 득보다 실이 더 많았는데 여기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많아 이제는 서울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다. 어떤 상황이든 ‘yes man’이 되라고 강조하면서도 처음부터 부정으로 말하지 마라는 내용도 야무지게 덧붙인다.  
남해대학을 4년째 다니고 있는 그녀는 “남해대학은 정말 실속 있는 학교인데 학생들이 예사로 생각하고 있다. 도시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싶어 외지로 나가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곳만큼 알차게 배울 수 있는 곳은 드물다. 남해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은 알겠지만 어차피 도시에서 명문대를 못 갈 바에야 가까운 이곳이 훨씬 낫다. 한 고향에서 친구들이 줄줄이 외지 대학을 다니면 부럽기도 하고 함께 가고 싶은 충동내지는 로망이 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 대학을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고 과감하게 결정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남해대학은 그녀에게 삶 자체였다. 학교가 손을 내밀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이곳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3년 6개월이 그녀를 알차고 실속 있게 지탱해줬다. 여기에 왔기에 1년 전에는 물건리에 있는 카페 마린도 인수할 수 있었다. 이웃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음식도 맛깔스럽게 잘하는 그녀는 작년과 올해에 금상 받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한 ‘2017코리아월드챔피언십요리대회’에서 2인1조로 경연을 펼친 결과 금상을 수상했고, 올해에는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에서 또 금상을 수상하여 서경방송 ‘이슈인’에 권오천 교수와 함께 초대되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서양요리를 배우면서 한식도 일주일에 6시간씩 배워 작년 겨울방학 때 이론시험을 쳐 합격이 된 상태이고, 관광조경디자인과도 이론시험에 합격이 된 상태이다. ‘카라멜 마끼야또’를 제일 잘 만드는 그녀에게 사진을 찍기 전 거울을 보고 립스틱이라도 좀 바르라고 권하자 손사래를 치며 앞치마까지 불끈 두른다. 소탈하고 야무진 그녀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남해대학평생교육원에서 외국어 공부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녀에게는 분명 '배움 마침표'라는 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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