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러분이 군수직에서 퇴임한 지 보름도 안 된 박영일 전 남해군수가 자유한국당 남해당원협의회 사무국장직(정확하게는 여상규 국회의원 보좌관)을 강하게 원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근간 시중에는 박 전 군수가 자유한국당 남해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을 강하게 원했다는 말이 파다하다. 6.13 선거이후 그동안 사무국장직을 맡아왔던 윤백선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여상규 의원은 이번에 당선된 7인의 군의원 중의 한 명이 맡아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의원들 중에는 여 의원의 부탁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박 전 군수가 그 직을 맡겠다고 자처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본지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바는 박 전 군수가 정영란 의원을 제외한 자당 소속 군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의지를 표명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7일 여상규 의원이 주재한 자유한국당 당선자 및 주요당직자 모임 때 박 전 군수가 여 의원과 독대를 원했고, 그 자리에서도 자기에게 사무국장직을 맡겨달라고 강하게 어필했다고 한다. 여 의원은 ‘안 될 말’이라면서 만류하고 있다는 후문이 들려오고 있다.        
만약 여상규 의원이 박 전 군수의 뜻을 받아들인다는 가정법적 질문을 가지고 논해보자. 전직 군수의 무게가 그것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 무엇이 그에게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든 것인가? 그걸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장충남 군수가 가장 힘주어 이뤄내고 싶어 하는 첫 번째 과제는 군민대통합이다. 군민대통합의 힘으로 번영하는 남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군민대통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직전 군수가 국회의원을 등에 업고 여소야대 남해군의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를 꿰차려고 한다면 과연 그 속내는 무엇일까? 그 속내가 어떻든 그것의 결과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짐작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 사회가 유지 발전해나가는 연속적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모든 과제를 풀어내는 사회적 기제가 바로 정치다. 정치영역에서는 정치리더들이 어떤 비전으로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 받는다. 정치세력을 이끄는 리더들 간에는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그것의 결과물이 반목과 분열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한 정치세력의 리더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협치로 승화되기도 한다. 박영일 전 군수에게 남해자유한국당의 진로를 이끄는 리더역할을 맡겨야 할 것인지 여상규 의원과 자유한국당 당원들은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사회대통합이라는 목적지에는 비행기를 타고 가듯이 그저 앉아 있으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정치리더들이 기존의 반목과 분열, 갈등요소를 함께 극복해나가자는 사회적 협약과 협치의 걸음을 통해서만 닿을 수 있는 곳이요, 목적지를 향해 성실히 걸어가는 걸음 그 자체로 달성되어지는 과정이다. 
장충남 군수가 내세운 목적지인 ‘활력 있는 군정, 번영하는 남해’로 가는 길이 순탄하려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협치가 필수조건이다. 만약 자한당 소속 의원들이 장충남 군정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박영일 전 군수가 정치적 목적을 품고 자당 소속 의원들을 지휘할 수 있는 사무국장직을 희망했다면? 그리고 그것이 받아들여진다면? 상상해보는 것조차 소름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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