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로서 평생 한번 싣기도 어렵다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생명과학저널 '셀'(Cell)지에 남해 출신 예비 박사가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설천 문의 출신으로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민갑(37)씨.

그는 설천초와 설천중, 진주고를 졸업 후 경상대에 진학 석사과정을 거친 후 2000년부터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행하면서 ‘식물의 병 저항성 조절과정에 핵심기능을 수행하는 린4(Rin4) 단백질의 생체방어 신호전달 기작에 대한 연구’를 한 결과 식물의 병 저항성 핵심신호전달 과정을 규명하게 됐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김민갑 씨의 논문은 '슈도모나스 시린게 타입3 이팩터에 의한 린4-매개 식물 생체방어 저해체계'라는 제목으로 셀지 2005년 6월호에 실렸다.

민갑씨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병원성 박테리아에서 분비되는 이팩터 단백질들이 어떤 기작을 통해 식물병을 유발하는지를 밝혀낸 것이다.

이는 정상적인 식물에서는 저항성 단백질이 박테리아에 감염됐을 때 이를 인식하고 조기 경보체제를 가동시켜 침입부위의 세포를 스스로 죽게 한다는 기존 과학자들의 연구를 넘어서 저항성 단백질이 없을 때 식물이 박테리아에 의해 어떻게 죽는가를 규명한 것으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그의 연구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갑씨의 연구 결과가 해당 단백질을 더욱 강하게 만들거나 철저히 지키는 방법으로 연결될 경우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의학적으로도 많은 응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갑씨의 논문이 실린 셀지는 네이쳐, 그리고 요즘 줄기 세포 연구로 세계 생명학계의 이목을 받고 있는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지난해와 올해 논문을 발표한 ‘사이언스’지와 함께 세계적 권위의 생명과학저널로 평가받고 있어 그의 이번 논문 발표는 더욱 빛을 발한다.

김민갑 씨의 석사과정 지도교수인 경상대 이상열 교수는 “논문을 연구한 김민갑 학생은 성격이 활발하면서도 연구에는 대단한 집중력을 보이는 우수한 연구능력을 소유한 학생으로서 앞으로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설천 문의에 살고 있는 김민갑씨의 부모 김복동(65)·하정자(62)씨는 “어릴 적부터 영특했는데 이렇게 기쁜 소식을 전해와 부모로써 대견스럽다”며 “부디 건강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과학자가 되길 바랄 뿐”이라 말했다.


미니 인터뷰 - 셀지에 논문 발표한 김민갑씨

“농약 없이 농사짓는 방법을 찾고 싶다”

셀(Cell)지에 논문이 실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주목받을 만한 일이다. 지난 7일 미국 오하이주에 있는 김민갑씨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연구의 배경과 앞으로의 연구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쾌거를 일궜다.

= 도와주신 주위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으신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리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식물의 병 저항성 조절과정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 어릴 적 설천 보건지소 옆에 살았는데 농약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나도 아버지가 집에 안 계셨던 관계로 초등학교 때부터 직접 가루 농약을 치곤 했는데 그 일이 참 싫었다. 이때부터 농약 없이 농사짓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경험들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생각인지.

= 아직 할 일도 많고 갈 길도 멀다. 농약 안 치고 농사 짓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런 작물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중봉 기자 bagus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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