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렬사 지키는 귀선(龜船)도 호젓하여
노략질하듯 바람이 수면을 휩쓸고
품속 덧나느니 물결은 
다리 아래 말없이 굽실거린다

봄꽃 쏘다니던 팔랑나비 한 마리 
무거운 다리를 쉬려는지
늙다리 난간을 머뭇, 머뭇거리는 옆
젊은이 굵은 다리가 잦바듬, 거드름을 피우나

한 발은 섬을 딛고 한 발은 뭍에 닿아
수그려 파도를 헤친 오십 년 세월,
썰물에 가랑이 찢어지는 등짝을 밟고
가만가만 한양을 오가던 
더러운 발자국만 화인(火印)으로 남아

인대마저 찢긴 남자(南者) 자존심
다리 어디쯤에 걸려있는 봉돌처럼 달랑거리고 
줄지어 왕지를 넘어와 바다로 향하는 벚꽃
저 화려한 자살을 지켜만 보는 다리 

후들거려도 절뚝거려도 모르는 차량들은
노량으로 노량으로*
남해다리 밟고 노량으로 가나

(*노량으로 : 한가롭게 놀아 가면서 느릿느릿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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