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흘산과 응봉산 산자락에 설흘산휴양촌(펜션)이 자리하고 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양쪽으로 돼있는데 필자는 집을 끼고 왼쪽 길로 들어섰다. 총4동으로 돼 있는 펜션 중에 제일 처음 만나는 건물은 소나무를 없애지 않고 자연미를 살려 지은 집이었다. 주차장을 들어서서 왼쪽으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바다와 인접한 여수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펜션들이 나무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금은 부근에 10여 군데의 펜션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만 16년 전에는 이곳밖에 없어 인기가 최상한가였다. 설흘산을 검색하면 펜션이 바로 딸려 나올 정도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집을 짓고 산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지인이 미리 인근에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동했고 또 하나는 서해와 동해보다 남해의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여 마음이 끌린 것이다. 유명한 풍수지리학자는 이곳이 용머리여서 명당자리라는 좋은 말도 전해주어 주인은 자부심을 가지고 이 집을 열심히 쓸고 닦는다.   
그녀도 뭔가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었는지 어느 날 설흘산에 올라가서 지형을 내려다보니 이 터가 아주 좋게 보여 땅주인을 직접 알아내고 조금 높은 가격에 이곳을 사게 되었다. 다행히도 옆에 땅들도 주인들이 팔겠다고 하여 조금씩 사다보니 지금은 1000여 평이 되었다. 동네사람들은 이 집에 사는 그녀를 ‘큰등에 복자’라고 한다. 이 말은 산등성이로 오르는 길에 집을 짓고 사는 그녀를 지칭하는 말이 되겠지만 필자는 이것을 듣는 순간 그녀가 등에 복을 가득 업고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여기 오는 사람들 모두가 복을 가득 가져갈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4동의 건물 중에 세 번째로 지은 집은 식당과 찻집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 앉아 창문 밖의 풍경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마침 빛깔 좋은 까치가 나뭇가지에 앉아 깃을 쪼고 있었다. 창과 아주 가까운 나뭇가지에 앉은 까치가 반가워 렌즈에 담으며 좋아했더니 주인은 까치가 12마리나 찾아와 나뭇가지에 쳐놓은 줄에 앉아 놀다간다고 했다. 어떻게 세어보기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녀는 작은 미소를 띠며 “이 집이 좋아서 오지 않을까요”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뭇사람들은 산이 가까이 있으니 당연히 새들이 이집 저집 넘나든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뒤에 들은 말과 연관지어보면 확실히 어떤 기운이 스며있을 것 같았다.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짓는 바람에 분비물 때문에 불편했지만 그들의 보금자리를 떼어낼 수 없어 둥지 밑에 밀짚모자로 씌워 보호를 해주었어요” 그녀가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이런 방법은 도저히 생각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실내에는 그녀가 남해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창작한 공예작품들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들판에서 밟히고 먹힐 뻔했던 보릿대가 새로운 생명을 얻어 그녀의 손길로 독특하게 탄생을 했다. 잉어 두 마리가 꼬리 치며 노니는 모습, 새가 포도를 쪼아 먹는 모습, 연꽃 사이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 나비가 꽃을 찾아온 모습 등 모두 생명을 불러들이고 소중히 품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멍석 위에서 ‘씨름’하는 김홍도의 작품은 눈빛을 반짝이게 했고 이곳저곳에 진열돼 있는 장식품들도 살갑게 다가왔다. 어느 작가의 전시관에 온 듯한 감회에 젖으며 정원의 화초도 즐겁게 감상하고 좋은 기운을 가득 느끼면서 그녀의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들으며 편안한 마음도 가졌다. 
16년의 남해생활 중 8년 정도는 집 건물로 인해 많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8년 동안은 자연 속에서 치유를 받으며 반듯하게 잘 살아가고 있음을 순간순간 느끼게 했다. 여기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옆에 펜션이 생겨도 계속 이곳을 찾는다. 그녀에게 이곳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지를 물었더니, “사람들이 여기에 오면 친정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휴식다운 휴식이 된다고들 해요” 정말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까치들도 실컷 놀고 가는 이곳을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여기를 다녀간 사람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진작가, 낚싯객, 등산객, 작가, 음악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여기에서 며칠 동안 쉼을 즐기고 에너지를 얻어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느 소설가는 이곳을 다녀간 후 과일과 군고구마를 준 주인의 친절함과 설흘산휴양촌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지금 1박2일팀 구성원으로 바뀌기 전일 때의 1박2일 촬영지이기도 했고, 월간 산 잡지에도 이곳이 소개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남해군에서도 이곳을 해맞이장소로 하자는 권유를 했을 만큼 흠잡을 데가 없는 장소로 보였다.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이 다시 이곳을 찾게 되는 것은, 주인의 넉넉한 품성 때문인 이유도 있겠지만 여기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좋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 새롭다. 화분 속에서 자라던 보리수나무를 화단에 심어 아주 예쁜 모양으로 활기차게 가지를 뻗게 했다. 밑에는 분명히 두 줄기로 시작된 나무인데 위쪽으로는 많은 가지들이 번져서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열매를 딸 시기에 맞춰서 이곳에 왔을 때는 배‧포도‧앵두‧으름‧딸기‧보리수‧꾸지뽕‧산딸기‧감 등을 직접 따서 먹을 수도 있다. 어떤 손님은 다음 사람을 위해 남기기도 하는데 어떤 손님은 거의 다 따먹기도 한다. 하지만 주인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본인들이 알아서 하도록 가만히 둔다. 이런 주인의 포근함이 좋아 한 번 다녀간 객들은 또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하여 인연의 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펜션 이름에 대해 예쁜 이름도 많은데 왜 꼭 산 이름으로 할 필요가 있었나, 그리고 발음도 어렵다고 한 마디씩을 할 때면 그녀는 설악산에 ‘설’, 강물이 흘러갑니다의 ‘흘’ 이라는 설명을 하며 펜션이름을 알려준다. 이곳에서 묵고 가는 사람들은 “편안히 있다 갑니다,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등의 내용을 메모로 남기곤 하는데 그녀는 그런 메모들이 소중하여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정원에 풀을 뽑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녀는 많은 식물을 돌보며 말을 걸지만 유독 정이 가는 나무가 있다고 했다. 바로 단풍나무였다. 가지치기를 하여 위치를 잡아주고 원하는 형태를 취하지 않아도 천천히 자연적으로 형성된 모양이 아주 돋보였다. 예술적인 감각으로 집을 꾸미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집을 어루만지는 그녀가 있는 집은 이렇게 뭔가 다름이 있었다.
그녀는 다랭이마을에 살다보니 이곳이 좀 더 경관 좋은 곳이 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부산이 고향이지만 남해를 떠나기 싫다는 그녀, 어릴 때부터 시골생활을 그리워하고 동경했기에 이곳에서 자연을 닮은 편안한 미소로 손님을 반긴다. 그녀의 펜션은 포도알처럼 복이 주렁주렁 달린 채 언제나 복문이 활짝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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