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 사찰 암자 찾아 연등 달며 부처님 오신 날 봉축

용문사 법요식 각계각층 발원문 직접 낭독하게 해 ‘눈길’
남성신도들의 모임 ‘거사림회’가 육법공양을 담당하기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본지는 모든 사찰 암자를 다 찾아볼 수는 없어 천년고찰인 용문사와 화방사, 그리고 문수선원 세 곳의 봉축법요식을 스케치해보기로 했다.

 

용문사에서는 이날 많은 불자들이 법요식에 참가했다. 특히 용문사는 최근 전국의 남성신도들의 모임인 거사림회(居士林會 : 거사는 속세에 있으면서 불교를 믿는 남자를 말함. 불교용어로 ‘우바새’라고도 함)가 조직돼 이날 봉축법요식의 육법공양(등, 향, 꽃, 차, 과일, 쌀을 부처님께 바치는 법요식 중의 하나)을 담당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용문사가 그동안 주로 여성이 담당했던 불도량의 일 구분경계를 허무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날 대웅전에서 진행된 법요식에서는 주지 지각스님의 법문에 앞서 각계각층의 불자를 대변하는 사람이 직접 발원문을 낭독하게 하는 순서도 마련했다. 이것 역시 불교를 더욱 세상 가까이 다가가게 하려는 주지스님의 노력으로 보였다.

 

지각 스님은 이날 법문을 통해 “누구나 불성과 불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용문사는 언제나 부처님 전에 감사와 서원의 예불을 올리니 함께 동참하여 내 안의 불성과 불심을 찾아 닦는데 더욱 정진하자”고 당부했다.

대웅전에서의 법요식에 이어 불자들은 주지스님의 인도에 따라 관불의식에도 동참했다. 멀리 대전, 창원, 진주에서 온 불자들도 많았다. 저녁 연등점등 예불이 끝나기까지 이날 용문사에는 하루종일 불자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다.

어둠이 깃들자 경내는 연등꽂이 활짝 피어나기도 했다. 템플스테이를 위해 용문사 경내에 새로 선열당(選悅堂)에도 불이 활짝 켜지니 용문사는 그 어느 때보다 울창해보였다.       


화방사 승언스님 "진리의 몸은 죽지 않고 온 우주 법계에 살아있다"

불기 2562년(201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이 지난 22일 오전10시 금산 보리암, 용문사, 화방사, 법흥사, 문수선원 등 군내 주요사찰을 비롯해 부처님을 모신 모든 군내 사찰·암자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올해는 기존 석가탄신일에서 ‘부처님오신날’로 공식 명칭이 변경된 가운데 봉축 법요식이 개최돼 의미를 더했다.

이날 군내 주민들을 비롯해 경향 각지에서 모여든 불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이 온 누리에 퍼져나가기를 염원하는 연등을 내건 각 사찰·암자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찰과 암자에 이르는 길목은 여지없이 차량들로 북적였지만 절을 찾은 사람들의 움직임은 단아하고 질서정연해 보였다.

 


불자들이 다는 한 등, 한 등의 연등에는 가족의 안녕을 비는 소망의 이름표가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바람에 나부꼈다.

대한불교조계종단은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표어를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로 발표했다.

각 사찰ㆍ암자에서 진행된 봉축법요식은 삼귀의례, 반야심경, 봉축발원문, 육법공양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화방사 주지 승언스님은 봉축사에서 “진제 큰스님의 법어를 통해서 부처님오신날의 의미가 잘 전달되었다. 부처님은 우리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80년이라는 유한한 삶을 사셨다. 하지만 진리의 몸은 죽지 않고 언제나 온 우주법계에 살아계신다. 부처님 마음이 우리 마음속에 들어가 있어 우리 삶속에서 실천으로 드러난다. 우리는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인연의 법칙으로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축원했다.

이날 비슷한 시각 문수선원에서는 옥맹선 사진작가가 신도 대표로서 “오늘은 우리 모두의 생일입니다. 본래 부처요 미래의 부처인 우리 모두의 생일을 맞아 인류의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축원했으며 문수선원 주지 효천스님은 “부처님은 칠흑같이 어두운 삶 속의 바른 길을 가르쳐 주셨다. 자비심으로 살아가는 것이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길이요 부처되는 길이니 우리 모두 부처님 가신 길 따라 성불의 길로 나아가자”고 설법했다.

봉축법요식을 마친 불자들은 부처님의 몸을 씻기는 관불의식에 한 결 같이 동참했다. 관불의식은 지혜를 가로막는 불자자신의 욕심(貪 탐)과 눈을 가리는 안개(瞋 진)와 어리석음(癡 치)을 씻어내는 의식이기도 하다. 군내 각 사찰에서는 이날 법요 의식이 끝난 후 다함께 공양을 했으며 저녁시간에는 예불과 함께 봉축점등식 행사 등으로 사바(娑婆)세계를 정토(淨土)로 밝히는 마음을 갖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한편 문수선원(주지 효천스님)에서는 올해에도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옥맹선 사진작가의 사진전시회와 허증숙 화백, 허구제비들 전시회, 완석 정대병 선생의 전시 및 가훈 써주기 등도 함께 열려 도량을 찾은 불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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