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道)를 즐겨 지킨다'는 뜻이지만 '안빈낙도'의 시(詩)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쉽게 이해할 도를 살펴보면, 도라 함은 노자(老子)의 무위 자연적 도와, 공자(孔子)의 예(禮)와 규범적인 도, 그리고 불교에서 말하는 세상 모든 집착에서 해탈(解脫)한 도로 대변 할 수 있다. 시의 '안빈낙도'의 도는 공자의 가르침을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여기서 말하는 안(安)은 편안한 안이 아니고 공자의 제자 안회(安回)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논어(論語)의 옹야(雍也)편에 공자는 "어질고 현명하도다 안회여!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국물로 누추한 골목에 거처함은 다른 사람들은 견뎌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안빈낙도'의 자세를 잃지 않는 제자 안회를 칭찬한 대목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특히 안회는 너무도 청빈하게 살았기에 쌀뒤주가 항상 비어있었다. 그러면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 준 도를 즐겼다고 한다. 평생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했지만 외부의 환경을 탓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비판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주어진 환경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성인(聖人)의 도를 실천하였다. 공자는 선비의 덕목을 묻는 노(魯)나라 애공(哀公)에게, "선비는 많이 아는 것보다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며, 말과 행동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할 말을 제대로 했는지, 옳은 행동을 했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선비가 추구해야 할 학문과 삶의 자세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논어 술이(述而)편에는 "나물밥에 물마시고 팔 베고 눕더라도 즐거움이 그 속에 있나니, 떳떳하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 같다"는 공자의 말로 대변하고 있다.
 조선후기 포천출신 문신(文臣) 성대중(成大中)의 '청성잡기(靑城雜記)'에는 "가난하고 천(賤)하면서도 원망하고 탓하는 마음이 없으며, 부유하고 귀하면서도 교만하고 인색한 마음을 끊어야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천리밖에 떨어져 있어도 지척(咫尺)인 듯 가깝게 여겨지며, 죽은 지 몇 년 안 되었어도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자가 모두 뛰어난 선비"라고 했다.
 요즘 시대는 권력과 금력이 하늘을 찌르는 세상이다. 정치꾼들의 위세와 허세, 거짓이 판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기업인들의 기만과 탐닉, 그들의 속셈이 혐오의 도를 넘어 구역질이 날 정도이다. 탁류(濁流)로 점철된 세상, 각박하고 참담한 시대에 '안빈낙도'를 인간의 청빈한 가치로 여기면 굶어 죽기 십상이고, 인생낙오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기에 알맞겠지만, 이제는 식상해 버린 황금만능, 물질만능이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는 말이 된다. 돈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재력이 가늠자가 되며 인생의 목표가 되는 현실, 권력으로 부정부패가 성행하고, 잘사는 것이란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귀결되는 세태, 인성(人性)은 사라지고 언제부터인가 이기주의는 개인주의로 치환(置換)되어 삶을 통째로 저당 잡혀 살아간다. 하지만 가난 속에서도 행복과 인생의 최고 가치를 느끼며 살았을 때, 우리 선조들의 삶을 투영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며, 가난하게 살아도 청렴한 성품으로 올바른 행실과 허물없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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