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읍 죽산마을 골목길에 자신의 목숨을 살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는 내용의 ‘마지막 잎새’ 이야기가 있다. 군은 이 애틋한 이야기를 소재로 읍 죽산마을 일대를 벽화거리로 조성하고 청년상인 점포 창업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등 상권 살리기에 나선다.
남해군은 죽산마을 KT남해지점부터 회나무 일대의 담벼락을 청년일자리사업과 연계해 벽화거리로 조성하는 ‘청년, 도시를 채색하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 구간을 ‘청년상인 점포 창업구역’으로 특화시키는 공모사업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 벽화에는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다. 3년 전 간경화로 별세하신 고(故) 김동표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읍내 극장의 간판을 전문적으로 그리던 화가였다.
극장이 문을 닫자 페인트공으로 전업해 생계를 이어가면서 부인 강순옥 할머니(71)와 자녀를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그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간경화 진단을 받아 투병을 시작하면서 할아버지의 걱정은 커져갔다.
세상을 떠나기 전 남아있는 할머니와 두 딸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7년 전부터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이 두 사람이 비껴가기에도 어려운 후미진 좁고 긴 골목이라 항상 침침하고 학생들의 탈선장소로도 이용됐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매일 침침한 골목을 드나들 할머니를 생각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그림을 보며 항상 밝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벽화에 담았다. 벽화 주제도 처음에는 알록달록 국방무늬에서 물고기들이 해엄치는 바닷속 풍경과 날마다 꽃이 피어나는 희망나무로 바뀌었다.
벽화에 담긴 할머니의 사연을 접한 인근 청년들은 벽화가 오래돼 바래지고 벗겨져 안타까워하자 할머니를 위해 붓을 들었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를 떠올리게 하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벽화의 낡은 부분을 덧칠로 보수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또 이 골목 전체를 벽화거리로 확대해 할머니가 항상 밝은 마음으로 골목길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 침체된 이 일대 상권도 살려보자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남해군도 발맞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고(故) 김동표 할아버지 돌아가시기 전 할머니 위해 그린 벽화가 도시 채색의 모티브가 됐다. 테마가 있는 이곳을 특화시켜 도시재생 효과와 함께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창업해 성공할 수 있는 청년희망의 장소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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