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필자는 누군가로부터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 4년 전 박영일 군수가 후보자 신분일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작성해 올려 둔 5페이지짜리 5대 공약문서를 다운받은 것 중 마지막 페이지를 찍어 보낸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사진을 보내준 이가 했다는 방식 그대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왼쪽 아래쪽에 있는 ‘정책·공약알리미’ 코너 속의 ‘지난선거공약’ 부분을 클릭해 ‘시군의 장’ 속으로 들어가 검색장치에 ▶경상남도 ▶남해군 ▶박영일 군수를 입력해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출력해보았다. 
필자는 사진을 보내준 이가 보내준 사진과 똑같은 문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을 찬찬히 읽어볼수록 필자는 점점 더 기가 막혀갔다. 어쩌면 이렇게도 정확히 미래에 일어날 일을 적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 
‘군수재임기간 금품수수가 명확하여 기소되어 법원1심판결로 형을 받았을 때 상고 없이 군수직을 내 놓겠음. - 형제자매, 측근 비리차단, 시대정신에 맞게 새 모습 보일 것임’
박영일 군수는 불행하게도 재임기간 최측근인 비서실장이 인사청탁을 미끼로 3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하여 대법원까지 간 판결 끝에 유죄판결을 받았다. 공약한 대로라면 박 군수는 이미 군수직을 내놓았어야 했다. 
만약 시민사회단체가 이 문서의 존재를 진즉에 알아 1심 판결이 이뤄졌던 시점에 박 군수에게 들이대었다면 박 군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 뿐만 아니라 군수후보자리를 놓고 공천경쟁을 벌였던 후보자들도 이 문서의 존재를 진즉에 알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이 문서의 존재가 왜 하필 자유한국당의 공천이 거의 결정되고 난 이후에 발견됐을까? 그러고 보면 박영일 군수는 엄청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문서의 존재가치는 이제부터 발휘되지 않을까 하는 짐작이 든다. 이미 며칠 전부터 가장 영향력이 큰 SNS공간에선 박 군수의 이 청렴공약서 대문짝만하게 나돌고 있고 한 지역신문도 이에 관한 기사를 보내냈다. 본선에 나서는 상대후보들이 앞 다퉈 이 청렴서약을 지키지 않은 박 군수를 열려 있는 합법적인 선거운동 무대에서 공격해댈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처음 이 사진을 보낸 이가 필자에게만 보낸 것인 줄 알고 특종기사를 쓸 수 있다는 설렘으로 며칠을 보내기도 했지만 섭섭하지는 않다. 군민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면 하루라도 빨리 알려지는 게 좋으니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출직 공직자들의 선거공보물은 물론 대표적 공약을 별도로 정리해 홈페이지에 탑재해놓는 이유는 이른바 매니페스토운동(실현가능한 참된 공약만 선택하기)의 일환으로 유권자들이 언제든지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을 잘 이행하는지 여부를 체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박영일 군수는 적어도 이 청렴서약 공약만큼은 지키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이 군수직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으로만 알았지 군수가 직접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성한 이러한 문서가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었는지는 몰랐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박 군수가 자신이 한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면 그에 따른 합당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오늘이 6.13선거일전 55일(D-5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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