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세게 불어야 강한 풀임을 안다.' 위급하거나 곤란한 경우를 당해봐야 의지와 지조가 굳은 사람을 알 수 있게 됨을 비유하는 말로써, 고난과 역경 속에서 인간이 새롭게 태어날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인내심과 지혜를 배울 수 있으며,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서도 뜻을 꺾이거나 굽히지 않고 살아가는 절개 있는 사람을 말할 수 있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花草)는 결코 자연속의 질풍(疾風)과 한파를 넘기지 못한다고 하는데, 우리네 세상만사도 마찬가지로 좋은 환경 속에서 희희낙락하게 사는 사람은 역경을 당했을 때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고난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인간승리의 표본이 아닐 런지?. 동양란(東洋蘭)은 어려운 여건과 환경을 극복하여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동양란과 '질풍지경초'는 인내심과 같은 의미를 주고 있다고 본다. 아플 때 우는 것은 삼류(三流)이고, 아플 때 참는 것은 이류(二流)이고, 아픔을 즐기는 것은 일류인생(一流人生)이라고 했다. 인내심을 갖고 어떠한 아픔도 즐기면서 극복하는 것이 최고의 경지(境地)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새삼 인용해 본다.
 '질풍지경초'는 중국 후한서(後漢書) 왕패전(王覇傳)에서 유래했는데, 전한(前漢)말기, 왕망(王莽)은 한(漢)나라 왕조로부터 황제자리를 빼앗아, 신(新)나라를 세웠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악정(惡政)이 계속되자 백성들은 이를 원망하고 탄식하는 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이때 녹림군(綠林軍)이 각 지역에서 봉기해 이름을 떨쳤으며, 한나라왕조의 일족인 유수(劉秀)가 병사를 일으켜, 40만명의 왕망군과 1만여 명의 유수군이 곤양(昆陽)에서 격돌했다. 예상을 깨고 유수군이 대승을 하는데, 이때 왕패(王覇)도 참전하여 큰 공을 세웠다. 드디어 유수군은 신나라를 무너뜨리고 갱시제(更始帝)를 옹립하였다. 그러나 얼마 후 황제(갱시제)의 견제로 신변의 위협을 느낀 유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의 평정을 자청하여, 갱시제의 허락을 받는다. 하지만 이 원정은 고난의 연속으로 이탈자가 속출하였다. 유수는 왕패에게 "끝까지 나를 따르는 사람은 너 하나뿐이구나. 세찬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강한 풀을 알 수 있다고 하더니(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 얼마 후 유수가 산둥(山東)의 왕랑군(王郞軍)에게 사로잡힐 위기에 처하였을 때, 왕패는 죽음을 무릅쓰고 유수를 구출했다. 훗날 유수는 후한의 황제(광무제光武帝)가 되어서도 왕패를 더 한층 신임하여, 상곡(上谷)의 태수에 임명했다.
 인간의 시련은 나무의 가지치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자르는 순간 잠시 허전하고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가지가 생기고, 탐스럽고 달콤한 열매를 맺게 한다. 최후의 승리는 인내,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가지지 못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인내력이다. 어렵고 위험한 상황을 겪어봐야 인간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법, 인생은 난관과 역경으로 가득 차 있고, 인간세상은 '염량세태(炎凉世態)'라서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마련이다. 아름다운 종소리를 더 멀리 퍼지게 하려면 종(鐘)이 더 아파야 한다.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꽃피우게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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