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이라 복잡한 길을 피했는데도 구간구간 정체로 인해 지각생이 4명 발생했다. 태수님, 철주님내외, 상모님, 종찬님부자, 행순님, 은정님, 백경님. 환복님, 집사람과 나, 우리카페회원 12명과 올초 관악산 시산제 참석 답례로 우정출정한 상주면 산악회 김영의 간사 포함 총 13명이 오늘의 패거리다.

9시50분 정릉매표소를 통과해 살한이다리를 건넌다. 여기서부터 1차 목적지인 대성문까지는 약 3킬로미터 거리에 예상시간 1시간이다.


다리 밑의 올챙이들 꼬랑지를 흔들며 우리를 반기고 좌우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도 정겹다. 물속을 유유자적하는 피라미 떼들을 잠시 찌게냄비에 끓여보는 환상에도 빠져보며 청수교를 지나 오솔길로 접어든다. 원추형 돌탑을 지나 대성문과 보국문으로 나누어지는 갈림길에서 영추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본격적인 까꾸막이 시작된다.


한적한 코스를 엄선했음에도 불자수 2천만의 통계가 잘못되지 않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절로 향하는 불자들로 인해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영추사 행사에 초대받은 듯 한 무리의 소리꾼들이 북과 장구 등 악기를 메고 낑낑거리는데, 종찬님과 영의님이 의협심을 발동해 냅다 그들의 짐 보따리 나르는 포터로 변신했다.


경사가 가팔라질수록 우리님들 묵언수행이라도 하는지 한마디 말없이 진군, 골짜기를 휘감고 늘어선 봉축연등을 터널속의 유도등 삼아 또 진군하며 오색등을 286개까지 헤아리다보니 어느새 영추사 마당에 도착했다. 짐보따리를 넘겨주고 뜨거운 차 한 잔으로 전열정비한 뒤 묵언수행 10분이 넘어 일선사 삼거리에 도착해 후미를 챙기는데 울리는 핸드폰 소리, 대성문에 선착한 백경님일행이 진행코스를 묻는 전화다.

10분간 발길을 묶어두고 후미와 합류하니 오전 11시 10분. 좌측이 대남문과 의상능선 방향이고 우측이 보국문과 대동문을 거쳐서 백운대로 오르는 길이다. 좌우를 외면하고 대성암 방향 내리막길로 직진해 대성암 부근에 있는 약수터에서 갈증을 풀고 식수를 보충한 뒤 식사도 못하고 나왔다며 보채는 환복님을 바나나 한 개로 달래고 계속 내려선다. 금위영 이건비 앞에 마지막 이파리를 애처로이 떨고 선 뽀얀 참꽃 한 무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방씩 찰칵.


시원한 바람을 안고 약700미터를 지나 중흥사 앞에서 우회전 해 북한산장 대피소까지 오르막길은 약 800미터. 20분을 지나면 만나는 북한산장대피소는 기업체나 학생들이 극기훈련 행사장으로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옛날에는 용암사란 절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다. 왼쪽으로 1.5킬로미터를 더 가면 북한산의 정상 백운대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우회전하여 동장대를 향해 방향을 잡는다.


여기서부터는 평범한 능선길. 기온과 함께 체온이 오르자 능선길을 버리고 숲속으로 숨어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애기 손바닥 만하던 나뭇잎들이 만개하여 하늘을 막아버렸다.

단풍나무 군락지에서 품어내는 싱그러운 피톤치드를 공짜로 흠뻑 마시는 호사를 누려본다.

그 어떤 공기청정기나 음이온발생기가 자연의 위대함에 맞서랴!


이제 내리막길만 남겨놓고 칼바위능선 입구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코스를 강추한 죄 아닌 죄로 우리 마눌님 어제부터 심혈을 기울인 목살과 야채쌈, 입안이 훌렁 벗겨질 정도로 푸욱 삭힌 홍어회, 남한산성에서 재미본 상모님 오곡깁밥과 각자 정성껏 싸온 음식들, 3일전부터 꽁꽁 얼린 서울 막걸리와 환상적인 복식조 불닭발, 행순님이랑 한방 쓰는 남정네 대신 온 레미마틴 1병에 고향소식을 안주 삼아 황제 부럽지 않은 오찬을 즐기고 칼바위 능선길로 내려선다.

칼날처럼 날카로워서 겨울철엔 못타는 능선, 일년 내내 칼바람이 분다는 능선, 약 80미터 칼바위 능선을 올라탄다. 꼬막주의 힘을 빌려 꼬리뼈 부근에서 등줄기로 올라오는 두려움을 차단한다.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고 그렇게 우리는 칼바위능선에 올라섰다.


백운대와 만경대와 인수봉이 머리를 맞대고 있고(3봉오리를 일컬어서 삼각산이라고 부름),

오봉과 사패산 능선, 도봉산의 마당바위가 지척거리다. 발아래 펼쳐진 수십만 평의 초록카펫! 스타전용인 레드카펫이 부러울까? 롯데호텔 라운지에서 내려다본들 이 경치에 비할 박 아니다! 가히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심호흡으로 마음들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하산길, 약 200미터가 이어지는 준암벽 수준의 하산길이다. 때로는 키를 넘는 바위를, 흙 한 줌 없는 바윗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다. 보국문길과 갈라지는 정릉2교에서 매표소까지 약 2키로 미터는 평범한 하산길. 쉬엄쉬엄, 노닥노닥, 여유만만, 유유자적하며 출발장소로 돌아온 시각이 15시 40분경. 도상거리 약 12키로미터에 소요시간 5시간 50분.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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