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빠지니 돌이 드러나다̓ 원래는 물가의 경치를 일컫는 말인데, 후에는 흑막이 걷히고 어떤 사건의 진상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을 비유한 말로, 중국 소식(蘇軾: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赤碧賦) 시(詩)에서 유래되었다. '수락석출'은 강물이 줄어서 바닥이 드러난 풍경을 노래한 것이지만,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 의혹이 풀렸다는 뜻이다. 또한 숨겨졌던 사실이 드러났다는 의미로도 이 말을 많이 쓰이게 되었다.
 송(宋)나라 신종(神宗)은 쇠약해진 국가를 바로 잡을 각오로 왕안석(王安石)을 등용해 과감한 개혁정책을 폈다. 유명한 '왕안석의 변법(變法)인 신법(新法)이다. 이때 반기를 든 사람이 구양수(歐陽修)와 함께 소식(소동파)이었다. 그들은 왕안석과 격렬하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신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었던 왕안석에게 대적하기엔 역부족이 이었다. 결국 그는 좌천(左遷)돼 귀양을 가는데, 호북성(湖北省) 황주(黃州)의 동파(東坡)라는 곳이다. 이 때문에 훗날 사람들은 그를 소동파라 부르게 되었다. 그곳에서 틈만 나면 주위의 명승지(名勝地)를 찾아 유람을 하는데, 한번은 적벽(赤碧)을 찾았다. 그 유명한 적벽부는 여기서 나왔다. 적벽이라면 손권(孫權)의 오(吳)나라와 유비(劉備)의 촉(蜀)나라가 연합하여, 조조(曹操)의 백만대군을 격파했던 곳이다. 그가 쓴 적벽부는 전후(前後) 두 편이 있는데, 후적벽부에 ̒산은 높고 달은 기울었으며, 물이 빠지니 돌이 드러나는 구나̓ 호수나 강의 물이 빠지고 나면 그 속에 있던 돌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만다. 마치 안개가 걷히고 나면 우뚝 솟은 산이 웅자(雄姿)를 드러내는 것처럼, 늦가을 어느 날 물 빠진 강의 모습을 읊은 것을, 후세사람들은 흑막에 가려져 있다 진상이 훤히 드러나는 것을 ̒수락석출̓에 비유했다. 
 살다보면 오해를 하기도 하고 또 받기도 한다. 사실을 은폐, 왜곡하며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대처법은 침묵인 듯하다. 눈 내릴 때 마당을 쓸지 않듯, 미주알고주알 일일이 대응하기 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꽃은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누가 나를 어떻게 봐 주느냐는 신경 쓰지 않고, 본연의 색과 향기를 지키고 가꾸어 간다. 그러면 언젠가 또 누군가는 그 꽃을 보고 감동을 받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무고(誣告)를 입증하기 위해 자칫 상처를 주고받기보다는 그저 나만 양심 있게 행동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성철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했다. 날이 흐려 안개가 끼었을 때는, 산을 물이라 우기는 몰염치한 사기꾼도 나타나지만, 산이 물이 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안개는 걷히게 마련이고 산은 산, 물은 물이었음이 선명히 밝혀지게 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올곧게 보는 것이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정도(正道)가 아닌가 싶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일수차천(一手遮天)̓ 아무리 은폐하려고 해도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다.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그저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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