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남해농협본점으로 향하는 길에 남해로컬푸드직매장이라는 입간판이 전봇대만한 높이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곤했는데 오늘은 이것을 세운 류성식 조합장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기에 잠깐 발걸음을 멈춰야했다. 로컬푸드직매장 바로 옆에는 새남해농협식품가공공장이 반듯하고 정갈하게 세워져 있다. 남해를 대표하는 특산물이 이곳에서 가공되어 로컬푸드직매장을 채우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숨겨 놓은 소중한 금자탑을 제대로 만난 기분이었다.
군대생활과 대학생활을 제외하고는 남해를 떠나본 적이 없는 그는 1988년 4월 1일에 동남해농협 본점(구 이동농협)에 입사를 하여 말단직을 거쳐 전무를 하다가 정년 10년을 남기고 조합장 선거에 출마를 하였다. 지난 2015년 3월 21일에 전국조합장 동시선거에서 64%의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초선으로 당선되었다. 조합장이 된 후 이룬 업적은 모두 놀라울 정도로 눈부셨다. 얼마나 갈구했던 자리였고 얼마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류 조합장은 내부적으로는 경영내실화와 직원 서로 간에 화합을 중요시하면서 어떻게 하면 농협을 잘 경영해 나갈까를 궁리하다 마침 사훈이 없다는 것을 심각히 여기고 진합태산(塵合泰山),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어냈고 고심 끝에 경영방침 삼 원칙을 도출해 냈다. 첫째 ‘5‧3‧2 조화경영’이다. 이것을 자세히 풀어보면 수익의 50%는 농업인과 조합원에게 환원, 30%는 미래의 농협경영을 위해 적립, 나머지 20%는 직원복지 지원금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둘째 기소불욕물시어인, 솔선수범을 하자. 즉 스스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셋째 시위소찬(尸位素餐)을 지양하자, 원가의식을 갖자 즉 벼슬아치가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봉급을 받아먹는 염치없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이 되기 위한 첫 단계로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농협과 자신을 한 번도 분리해보지 않았던 류 조합장은 CEO가 되려면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남보다 부지런해야하고 승부욕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활동이 왕성했을 뿐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도 잘 이끌어냈다. 그래서인지 한켠에 놓여 있는 진열장에는 다양한 상패들이 가득했다. NH농협생명BEST CEO패, NH자매결연패, 2016년 NH농협생명연도대상 우수상패, 전국조합장협의회 감사직 추대패, 식품가공공장 공로패 등이었다. 류 조합장이 30년 동안 굽이굽이 걸어온 발자취였음을 말없이 대변해주는 상패여서 그런지 보는 순간 마음이 경건해졌다. 그것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우리 남해를 데우고도 남을 창의적인 열정과 뜨거운 노력이 밑바탕이 되었을 것임을 간과할 수 없었다. 현재 전국농협조합장 협의회감사,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 대의원, 전국마늘생산자 협의회 부회장, 경남생산마늘협의회회장, 경남농협인사업무협의회 부회장, 농협중앙회 대의원, 전국신임조합장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많은 직함을 가지고 바쁘게 활동하는 중에도 농축순환자원화센터를 창안하여 축사를 순회하며 퇴비의 원료가 되는 우분과 계분을 수거하여 퇴비공장에 보내는 일도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 참 좋은 퇴비를 생산, 농민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해주고 있으니 농가 입장에서는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이다. 
작년부터는 ‘효도하는 농협 가족 같은 농협’이라는 슬로건으로 조합원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여 생일을 챙겨주는 색다른 이벤트도 하고 있다. 조합원4000명 중에 90세 이상이 120명, 80세는 1000명 정도가 되는데 거의 노령이다 보니 본인의 생일도 그냥 지나친다는 것을 알고 생일 하루 전에 선물을 챙겨드린다. 작은 일이지만 감동의 물결은 아주 큰 것 같았다. 농가소득 5000만 원을 달성하기 위해 콤바인, 이앙기, 트랙터 드론 등 장비를 구비하여 농민들이 원하는 마늘 시금치 벼농사재배 등을 도와준다. 일손이 많이 부족한 마늘 수확시기에는 군부대, 봉사단체, 남해대학교 등에 공문을 보내서 자원봉사자들을 동원시켜 인력지원도 해주고 있다. 전년도부터 새로운 영농 인력지원사업으로 군비5,000만원, 우리농협1,000만원 농업인 자부담4,000만원으로 인력 용역회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8시간을 일할 인력을 지원하여 농가에서 좋은 호응을 얻어 올해부터는 더욱 더 확대할 예정이다.

새남해농협은 7년 정도 외부채권투자운용 부분에 대해 상당히 문제가 많았는데 2017년에 부실채권을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당기 순이익 462백 만 원을 달성하였으며 농가소득 5,000만 원 조기달성을 위해 매년 7억 이상 지도사업비를 지출하면서 농업인 조합원 소득증대와 실익사업과 공익적 사업을 실천하고 있다. 2년 전에 예대비율이 45%였는데 이번에 68%로 증가됐다. 이제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정상경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작년 4월 고현면 오곡마을 입구 473평 부지에 2층 건물로 로컬푸드직매장을 개설 운영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지역 특산물인 마늘 시금치 두릅과 농식품 등 50여 품목 외에 축산물과 수산물도 일부 취급해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흑마늘식품가공공장을 운영해 지역에서 많이 나는 마늘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새남해농협은 그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현재 8개국에 수출해 1년에 약 2억 원의 수익을 달성한 결과 농산물 가공사업 경영대상을 수상하였고 2017년에는 상호금융대출 1000억 원 돌파 수상탑도 중앙회로부터 수상하였다.
올 상반기에는 로컬푸드직매장 2층에 섬애약쑥족욕체험장을 만들어서 남해를 찾는 관광객이 족욕체험을 하면서 쉬어갈 수 있는 간이휴게소 개념을 계획 중에 있다. 그리고 그동안 각 마을 별로 농산물 순회 수집을 하고 있었는데 간혹 농민들이 직접 수레나 경운기를 끌고 공판장으로 오다 확장된 4차선 도로에서 위험한 일을 당하기도 하여 하나로마트 옆 1,400평 부지에 200평의 농산물집하장을 신축하고 150평 규모의 농기계 보관창고와 100평 규모의 농기계수리센터도 마련하여 농민들이 한곳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편안하고 빠른 농협 볼일을 돕기 위해 이동에 제약이 있는 조합원을 위해 작년에는 35인승 버스를 구입하여 마을회관을 순회하며 무료로 교통편을 제공하고 있다. 

류 조합장은 농학과를 나온 덕에 농사에 대한 식견이 풍부하다. 바쁜 와중에도 마늘700평 시금치300평 땅두릅400평 정도의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에 농자도 모를 것 같은 학자풍의 이미지인데 농심을 놓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직접 재배도 하고 시금치와 고추 재배법을 조합원들에게 강의도 하고 있다. 설천면 서면 고현면 노인대학에서 틈틈이 강의하면서도 조합장으로서의 본분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94세인 장모를 23년째 모시고 농민과 조합원의 삶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그의 30년 삶은 참으로 영롱하였기에 앞으로도 여전히 그럴 것이다. 나오는 길에 벽면에 붙여놓은 2018년 사업계획 추진 목표가 보인다. 농산물 판매 00‧영농자재공급00‧가공식품00‧농축자원화00‧‧‧ 목표액이 벌써 달성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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