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이 남해읍 우회도로 입구에 양손에 큰 칼을 쥐고 땅을 향해 내리 꽂는 형상의 새로운 상징조형물을 세우려고 한다. ‘마지막 울림’이라는 작품을 세우려고 하는 우회도로 남해병원 쪽 입구 바로 그 자리에는 옛날에는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배가 놓여 있었다. 그 당시 그런 배는 이곳 말고도 남해의 여러 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다. 이 자리에는 현재 ‘남해의 해오름’과 ‘남해의 힘’이라는 작품이 두 개나 있다. 
군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경남도 공공디자인시범사업에 선정되어 도비 7500만원을 포함해 총 3억5500만원이 투입되는 남해읍 상징물 교체사업이다. 남해군은 그동안 여러 가지 필요한 절차를 거쳐 대구광역시에 있는 한 업체가 제출한 이순신 관련 조형물 ‘마지막 울림’이라는 작품을 선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지역 언론이나 SNS를 통해 남해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논란의 핵심은 상징조형물의 내용이다. 다시 말해 남해읍 입구에 양손으로 큰 칼을 잡고 땅을 향해 내리 꼿는 형상이 과연 군민들의 정서에 맞느냐 하는 것이다. 
남해읍 입구는 개인의 집으로 말하면 대문 앞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집 대문 앞에 하필이면 섬뜩한 느낌이 드는 이런 조형물이 어울리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남해는 보물섬이라는 지역 브랜드를 오랜 세월 홍보하여 전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 보물섬이라는 브랜드는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남해의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군민이 공감하는 좋은 브랜드다. 그런데 보물섬의 중심인 남해읍 입구에 큰 칼을 내리 꽂는 형상은 작가의 깊은 뜻과는 상관없이 안 어울린다는 여론이다. 
왜놈들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지맥을 끊기 위해 명산 곳곳에 쇠말뚝을 박았다. 큰 칼을 땅을 향해 내리 꽂는 형상은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든다. 뭔가를 죽인다는 느낌이고 땅의 정기를 훼손하는 그런 느낌이 든다. 
남해의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지역경제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뭔가 생기를 북돋우는 그런 조형물은 없을까. ‘마지막 울림’이라는 조형물은 어쩐지 쇠락해 가는 남해의 운명을 마지막으로 재촉하여 그 비명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느낌이다. 
뉴욕항의 입구에 ‘자유의 여신상’은 세계인에게 잘 알려져 있는 상징조형물이다. 또 포항시 호미곶의 바다에 솟아 있는 손 모양 조형물은 해맞이의 상징이자 관광 명소가 되어 있다. 상징조형물은 또 풍수적 목적으로 세우는 경우도 있다.  남해 모처의 건물 앞마당에 서 있는 자연석은 건물 주인이 풍수족 처방으로 세웠다. 또 광화문 앙쪽으로 서 있는 해태상 역시 관악산의 화기를 누르기 위해 세운 것으로 역시 풍수적 처방을 한 것이다. 이처럼 예로부터 상징조형물은 지역과 가문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하여 아주 신중하게 취급했다. 
풍수지리학에 관심이 많아 한학자 집안에서 귀동냥 좀 했다. 물론 미신이라며 풍수설을 안 믿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양손으로 큰 칼을 잡고 땅을 향해 내리 꽂는 형상은 어쩐지 섬뜩하고 불길한 예감이 든다. 남해읍 입구에 서 있는 이 조형물은 남해를 찿는 외지 방문객들에게 남해의 첫 인상을 줄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보물섬 브랜드에 잘 어울리는 다른 조형물을 좀 더 생각해 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아무리 절차상 문제가 없더라도 지역 주민들 대다수가 섬뜩한 느낌을 주는 흉물이나 혐오시설로 여긴다면 군이 비록 강행하여 세우더라도 결코 오래 못가고 군수가 바뀌면 또 철거될 것이다. 
이왕에 사업비는 확보되어 있으니까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좀 더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결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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