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邪惡)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하다' 원래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내는 것을 말하며, 즉,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불교 삼론종(三論宗)의 근본교의로 중국 승려 길장(吉藏)이 지은 삼론현의(三論玄義)에 실린 고사성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의미이다. 유학(儒學)에서도 사악한 것을 배척하고, 정의를 지킨다는 '척사위정(斥邪衛正)'이 있다. 이제는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일반의 통용어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파사현정'은 전국대학교수 천명(千名)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17년 올해를 잘 표현할 만한 사자성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자성어군으로 뽑힌 '파사현정'이 1위, 천명중 340명으로 34%,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매다'는 뜻으로, 느슨해 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고치거나 사회적 정치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비유한 '해현경장(解弦更張)'이 2위 18.8%. '물이 빠지고 나니, 돌이 들어난다'는 뜻으로, 어떤 흑막이 걷히고 진상이 드러남을 비유한 '수락석출(水落石出)'이 3위 16.1%. 임진왜란 당시 실의에 빠진 서애(西厓) 류성용(柳成龍)에게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적어준 글귀로 '나라를 다시 만들다'라는 뜻의 '재조산하(再造山河)'가 4위 16%. '뼈를 바꾸고 태를 빼낸다'는 뜻으로 낡은 제도나 관습을 고쳐 모습과 형태가 새롭게 바뀐다는 '환골탈태(換骨奪胎)'가 15.1% 순으로 나타났다. 
 '파사현정'에는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 잡겠다는 강한 실천이 담겨있고, 온갖 사악한 무리들을 몰아내고 옳고 바른 것을 바로세우는 희망을 담았다고 한다. 정의로움이 없는 정치는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없음을 정치꾼들이 알아야 하며, 선거를 통해 정치꾼은 없애고 국민만 바라보는 진정한 정치가만 남아야 한다고 했다. 
 국정의 혼란스러움이 정리되고 비정상이 정상으로 만들어, 바르게 운영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 사자성어를 떠올렸다고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했다. 특히 국정농단으로 사견과 사도가 정법을 짓누르던 상황에서 시민들이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어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파사현정을 추천한 최재목 원광대 교수는 설명하고 있다. 
 앞서 파사현정은 2012년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에 뽑혔다가 5년만에 올해 다시 선정되었다고 한다.
 지난 2016년도에는 '군주민수(君舟民水:2016.12.30본지보도)'를 선정했는데, 중국 고전 순자(旬子)에 나오는 성어로 '임금은 배,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의 충격에 휩싸여, 대통령이 탄핵을 받는 등, 지난해에는 어수선한 가운데 유난히 추운겨울을 보내며 국민들은 편안한 날이 없었다.
 '파사현정'의 의미처럼 그릇된 관행과 관습을 깨뜨려 없애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으로 개혁이 근본적으로 이루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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