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에 살던 그녀가 여기 상주마을로 온 지는 1년 2개월이 됐다. 그녀를 만나면서 사람이 마음먹은 대로 뜻대로 되지 않아 좋을 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해에서 처음 집을 구할 때 그녀의 마음속에는 창선 설천 상주는 배제된 상태였기에 아예 알아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마루에 있는 기둥’이 좋아 이 집을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자기 집이 되려니까 처음 먹은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지역도, 불편한 주변여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그 기둥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해에 집을 마련한 계기는 정말 획기적이었다. 항상 불면증으로 시달리던 그녀가 어느 날 남해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는데 코를 골며 잘 정도로 숙면을 취했다. 그것을 본 남편은 이곳이 아내에게 맞는 지역이라 생각하고 집을 알아보게 되었고 어렵게 이 집을 찾게 되었다. 그녀는 이곳이 아늑하고 좋아 다른 데 있으면 이 집으로 빨리 오고 싶어질 정도라고 한다. 황토벽에다 편백나무를 둘렀으니 그야말로 친환경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악성아토피가 있는 그녀를 위한 남편의 배려였는데 이것 외에도 곳곳에 남편의 배려가 숨어 있었다. 사람들이 거의 동경하는 푸른 잔디 정원 대신 새하얀 시멘트 바닥도 그런 맥락이었다. 이곳 삶이 만족된 그녀는 여기를 온 것이 신의 한수라는 말로 극찬했다. 비 오는 날 빗소리를 듣고 황토와 편백에서 뿜어 나오는 냄새를 맡을 때면 더욱 행복해진다고도 했다. 
그녀는 많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사회복지사 5대폭력강사 아로마테라피스트 토탈공예 강사 원예치료사 그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었다. 그동안 걸어온 길도 정말 놀라웠다. 노인복지사로 5년 어린이집 원장으로 8년 장애인복지사로 10년 장장 23년의 세월을 사명감을 가지고 그들의 삶과 함께 했다.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며 장애인복지사로 활동하던 중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아주 덩치 큰 청소년 장애인의 위험한 일을 제압하다 왼쪽 팔을 심하게 다쳤다. 오랜 시간 치료를 했지만 무거운 것을 잘 들지 못하고 지금도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왼쪽 팔 대신 오른쪽 팔을 무리하게 쓰다 보니 요즘은 양쪽 팔이 모두 불편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손재주도 많고 부지런한 근성은 이곳에서도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수술 후유증으로 악성아토피에 시달렸던 그녀는 자신의 치료를 위해 아로마테라피를 배운 후 피부를 위한 세안제와 바르는 제품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피부약을 먹고 지냈는데 남해 오고 난 2개월 후부터는 그 약을 과감히 끊고 자신이 개발한 방법으로 치료를 해오고 있었다. 제조법대로 만든 제품을 꾸준히 쓴 덕분에 다행히 지금은 많이 호전되어 건강한 피부가 되었다. 만약 자신처럼 주위에서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꼭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남해에 왔을 때 이웃 사람들이 처음 했던 말은“너희는 뭐해 먹고 살래”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많은 재주가 있어 그런 걱정은 접어두어도 되었다. 그녀의 집에 간 날, 솔방울들이 대야에 가득 담겨 있었는데 그것은 토탈공예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집에서도 수강생을 받아 토탈공예 수업을 하는가하면 도서관과 초중고를 다니면서 토탈공예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었으며 남해보물섬가정폭력예방센터에서 5대폭력강사로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천연제품인 수제비누 캔들 한복방향제 한지공예찻상 등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진열돼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집에 다육식물이 많이 있어서 보기 좋다고 했더니“내년부터는 다육농장과 남해군1호 감귤농장에 체험학습장을 만들어 이와 관련된 공예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농장 특성에 맞는 것을 연구하여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 현재 체험교실에서 초중고 도서관 특활수업을 해보면 아이들이 이런 일을 전혀 경험할 기회가 없어 무척 안타까웠다. 오감과 감성을 발달시키고 아이들의 마음에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만들어주고 싶다”그녀의 아름다운 계획이 실행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말을 계속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빨려 들었다. 실현가능한 구상을 하고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는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동심리치료수업 손가락 정서에 좋은 비즈공예수업도 하면서 팔찌와 목걸이도 만든다. 녹차와 원두커피 재료로 천연비누도 만들고 연근으로 비스킷을, 연잎으로 방향제도 만든다. 그리고 스킨 로션 크림 비누도 연잎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재들이 그녀의 손길을 만나면 '아! 대단한 발상이다, 그러면 되겠구나'로 연관이 지어진다.
지난 7일에는 상주마을 동거동락협동조합 상상놀이터에서 꼼지락공예교실 수업을 상주마을 주민 및 상주초중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 어린이에게 바느질을 가르치며 한복 만들기도 함께 했고 14일에는 크리스마스 비누와 솔방울리스가습기를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는 시금치가루를 이용하여 시금치초콜릿을 만들고 흑마늘가루로 숙성비누와 남해군1호감귤농장에서 수확하는 감귤로 숙성비누와 화장물, 공예물,식품 등을 만들 계획도 하고  있었다. 그녀 눈에는 모든 게 토탈공예 소재였다. 버려지기 쉽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을 작품으로 형상화시키고 새 생명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이 정말 상호처럼‘똑딱’하면 됐다. 빈소라에는 다육이를 키우고 있었고 전복껍데기는 집 외벽에 질서정연하게 붙여져 있었다. 자개농으로 사랑받았던 전복껍데기는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며 화려한 색을 자랑했다. 공예가의 집 외벽을 장식한 전복껍데기의 반짝임만큼이나 이 집에서 펼쳐질 미래의 모습도 찬란하게 빛날 것 같은 예감이 듬뿍 들었다.
집을 나서려는 필자에게 그녀는 이쁜 모양으로 만든 선물 하나를 안긴다. 그리고 특별히 ‘한복방향제’만드는 방법을 덤으로 알려 주겠다고 했다. 누구나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 아 덥석 받았다. 

◎한복방향제만들기(방향제 및 습도조절)
재료 : 한복지로 만든 초음파한복 저고리2개, 치마, 속치마, 동전, 깃, 고름용 한복지, 노리게매듭, 눈물끈, 큐방, 망사주머니, 편백큐브, 실, 바늘, 양면테이프, 실리콘, 가위, 피톤치드향
1. 초음파 한복저고리 2개를 어깨선을 맞추어서 소매끝까지 바느질한다.
2. 저고리에 깃과 동전, 고름, 눈물끈, 노리개매듭을 만들어 글루건으로 붙임.
3. 치마양쪽을 맞추어서 양면테이프를 붙여서 원통모양으로 만든다.
4. 원통형 치마에 속치마와 편백큐브가 들어갈 망사부머니를 넣고 가슴 선에서 1cm정도 내려와서 박음질하여 최대한 당겨서 바느질매듭을 짓는다.
5. 치마를 저고리안쪽에 글루건으로 고정한다.
6. 저고리동전사이로 큐방을 넣어 고정 한다. 
7. 편백큐브에 피톤치드향을 뿌린 후 치마망사주머니 안에 넣고 매듭을 짓는다. 관심 있는 분은 010-7544-9522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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