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기 전에 독자들은 먼저 ‘행복교육지구’가 대체 뭔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행복교육지구란 경남도교육청 박종훈 교육감이 가장 힘주어 추진하는 정책의 이름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이 품고 있는 뜻을 현실교육에 적용, 실천하려는 의지를 정책화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학교교육(아이)을 혁신하는데 지역사회(마을) 주민들이 각양각색의 교육공동체를 형성해 동참하게끔 경남도교육청과 자치단체인 남해군이 함께 손을 잡고 길을 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개념의 정책을 경남도교육청 보다 앞서 실행한 지역이 있다. 전북과 충남교육청이 다. 특히 전북 임실의 기림초등학교 방과후학교 담당교사가 학교 안에서만 이뤄지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학교바깥인 치즈마을의 인프라와 프로그램에 연계시킴으로서 일대 혁신의 바람을 일으켰다. 이후 진안, 완주, 남원, 정읍에서 좋은 실천경험이 축적되면서 ‘교육혁신지구’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이를 경남도교육청이 배워와 2016년 김해시를 시작으로 적용한 것이다. 남해군은 지난 9월 양산시, 밀양시와 함께 우선 추진 지자체로 선정됐다. 군 단위로서는 남해군이 가장 먼저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정읍시는 세 번째 탐방지역
남해교육지원청은 지난 10월 완주 탐방을 다녀왔고, 11월에 이어 이번 정읍시는 세 번째 벤치마킹 탐방이었다. 남해교육지원청 김호익 교육장은 이 사업을 자신의 대표업적으로 여기고 있어 이 사업을 성공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하다. 이 사업을 총괄하는 백종필 장학사 역시 교육장의 의지에 못지않다.   
7일 아침 8시 남해유배문학관 마당에서 출발한 2대의 버스에 나눠 탄 탐방단은 김호익 교육장을 비롯해 70여명이었다. 이들을 그룹으로 나눠보면 감정자 전 지족초 교장을 비롯한 전 현직 교사그룹, 이임근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을 비롯한 운영위원 그룹, 박기석 학부모네트워크 리더를 비롯한 학부모그룹, 안병주 동고동락협동조합 대표 등 교육공동체 그룹, 문준홍 남해미래전략연구소장 등 지역리더그룹, 김미선 평생학습팀장 등 행정공무원그룹이었다.
정읍까지 버스는 쉬지 않고 달렸다. 버스 안에서는 참여자들의 참여소감과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대한 백종필 장학사의 끊이지 않은 설명이 이어졌다.
첫 목적지인 정읍시청소년수련원에 닿은 시각은 10시 30분,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정읍의 교육혁신 이끈 열성 장학사 이현근
정읍시교육지원청의 학교교육의 혁신의 경험을 들려준 이는 이현근 장학사였다.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정읍시교육지원청의 핵심일꾼이다. 그는 학교혁신을 이끌어오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학교혁신의 길, 아이들에게 묻다’는 책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전북형 방과후마을학교 정책의 목적은?’이라는 주제의 강의 자료를 가지고 지난 2000년부터 방과후학교가 처음 학교에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방과후학교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설명하면서 ‘방과후를 마을에서’라는 슬로건 아래 안착하게 된 지금의 전북형 방과후마을학교 전개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정읍에서 방과후마을학교가 힘 있게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열정적인 노력이 깊이 배여 있었다. 그가 강조한 내용은 오후 현장탐방 때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후 일정으로 우리가 찾아가는 곳마다 그를 칭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읍시의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 만들기’ 
 ‘방과후마을학교’ 와 ‘마을로 가는 소풍’

정읍에서 방과후마을학교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정읍시만의 특화정책사업인 ‘행복하고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와 방과후학교를 잘 연계시켰기 때문이다. 정읍시는 아예 ‘공동체육성과’(共同體育成課)를 직제기구로 만들고 중간지원조직인 정읍시공동체활성화센터를 만들어 마을공동체(마을기업)와 소규모 창업공동체(협동조합, 사회적기업)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공모선발교육을 통해 씨앗단계→뿌리단계→줄기단계→열매단계로 성장할 때까지 공동체활성화센터의 전문활동가들이 체계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마을활동가를 리더로 발굴해 교육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까지 배양해주어서 온 마을주민들이 새로운 활력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우리군의 ‘창조마을만들기 사업’처럼 철저한 뒷받침도 없고 지속적인 과정도 없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차원의 수준이었다. 정읍시에는 이를 통해 조직된 뿌리단계의 공동체만도 50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외부로부터 공급받을 수 없는 활력을 내부자원의 발굴 육성으로 채워 넣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육성된 마을공동체에 학교가 방과후학교를 믿고 맡기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것이 전북형 방과후마을학교가 가능해진 과정이다. 이를 가능하게 이끌었던 사람이 이현근 장학사와 공동체활성화센터 활동가들이었다. 
정읍시와 정읍시교육지원청, 정읍시공동체활성화센터는 이들 마을공동체가 형성된 마을에 주말이면 학생들을 보내는 ‘마을로 가는 봄·가을소풍’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학교교육에 마을공동체가 함께 하는 좋은 모델을 만들었다.           

대흥초 마을방과후학교 대흥리 6개 마을공동체
우리가 찾아간 대흥초등학교는 ‘이웃학교와 더불어 함께하는 교육과정’, ‘마을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순자 교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고 이야기를 해줬다. 대흥초는 6개의 자연마을로 형성된 대흥리에 있는 학교로 정읍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수의 감소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는데 이웃학교와 더불어 함께하는 교육과정, 마을방과후학교를 운영하게 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학생의 50%는 시내 학생들로 이들은 동문들이 사준 통학차량으로 등하교한다. 남해로 치자면 남해초 학생들이 도마초에 다니는 격이다. 대흥초 마을방과후학교는 이틀(목요일과 금요일) 진행된다. 마을주민들은 방과후학교를 맡게 된 뒤 학교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되어 마을방과후학교가 없는 날에는 학교로 찾아와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마을 어르신들은 손주를 보는 듯 즐겁고 교사들은 본연의 교재연구를 할 시간을 새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우리 탐방단은 대흥초의 아이가 되어 방과후학교가 이뤄지고 있는 대흥리를 걸어보았다. 마을공동체사업으로 지원받은 ‘초코마루’라는 시설이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마을 강사의 지도 아래 요리실습을 하고 있었다. 마을 안에는 도자기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 등 방과후학교를 위한 자원들이 곳곳에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돌을 옥으로 만들 듯 예전에는 자원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은 요소들이 마을방과후학교라는 개념을 만나 아이들을 위한 좋은 교육자원으로 가꿔지고 있었다.       

귀가 길의 토론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위에서도 당장 내년부터 추진해야 할 보물섬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최대 난적은 ‘우리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는 자기합리화일진대 다행히 모두들 “우리도 정읍 못지않은 자원을 가지고 있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나서 아이들이 행복한 남해를 만들자”는 결의를 밝혀 이번 정읍 탐방이 남해를 보물섬행복교육지구로 만드는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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