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4시 30분! 어둠이 거치기 시작할 즈음 잠실벌은 느닷없이 바빠 보였다. 행사전날 물품과 경품 등을 미리 가져와 창고에 보관했지만 내빈을 모실 본부석 무대를 꾸미고 음향시설 설치와 각 읍면별 천막과 탁자와 의자 비치, 전날 보관한 물품과 경품 등을 재배치하기에는 시간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쁜 일손이 오가는 속에 향우들이 한명 두명 나오는 수에 따라 운동장의 잔디도 푸르러졌다.

개회식에 앞서 삼동면과 서면의 축구예선전 전반경기가 8시 40분에 시작됐고 미리 도착한 향우들은 경기를 관전하느라 트랙주변으로 한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축구예선 네 경기가 끝나자 사회를 맡은 김재일 사무총장이 개회식을 시작했다.


류삼남 회장은 “어버이날이자 가정의 달인 오늘 뜻 깊은 행사를 갖게 돼 무척 기쁘다. 남해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오늘 하루, 어릴 적 운동회 하던 날로 돌아가 축제한마당을 펼치자”며 대회사를 알렸다.


박희태 국회부의장은 “향우인연은 하늘이 준 인연으로 너무나도 소중하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우리가 할 일이다. 남해인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어어 화합의 장을 만들자”고 축사를 했다.


박홍수 농림부장관은 “어제 남해에 갔다 왔는데 산 사람은 모두 들판에 나가 마늘쫑 뽑느라 경황이 없더라. 마늘쫑 팔아 공부하고 뿌리 내린 사람들이 우리 아닌가. 그 기운으로 오늘만큼은 즐겁게 지내자”고 말했다.

남해군을 대표해 상경한 하영제 군수도 “언제 봐도 반가운 향우여러분이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고향에서 부모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건강하게 생활하기 바란다”면서 마늘박물관 건립과 골프장 공사현황 등을 소개했다.


이수성 선수대표의 선서를 끝으로 개회사가 끝나자 사회를 맡은 나동하의 주도로 본부석의 임원들이 향우들 품으로 들어가 함께 ‘남해사랑’ 만세삼창을 외치며 남해인의 기상과 기백을 서울하늘에 쏘아 올렸다.

이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풀기 디스코타임을 가진 뒤 각 읍면임원들과 향우들은 자기지역으로 옮겨 자리를 잡았다.

개회식 직후 텔레비젼 드라마 해신에서 염장역으로 열연중인 탤런트 송일국씨가 등장해 체육대회를 축하하고 팬사인회를 가지는 깜짝 이벤트를 열자 어린이들과 여성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단상으로 몰리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고 삼동면과 서면의 후반전 축구경기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체육대회의 막이 올랐다.


4개읍면 정기총회 개최 새임원진 선출

한편 체육대회를 맞이해 각 읍면향우회는 향우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으며 시종 축제분위기 속에서 4개 읍면이 정기총회를 열어 새임원진을 선출하고 힘찬 출발을 다짐했다.

남해읍은 김종포 회장의 뒤를 이어 김태수 회장, 정성갑 김상균 감사, 최태수 사무국장을 선출했으며 남면은 최명찬 회장에 이어 유기연 회장, 정정부 박경환 감사, 정수길 사무국장을 선출했다.

미조면은 박봉열 회장에 이어 조영일 회장, 허소석 감사, 박성태 사무국장을 선출했고 상주면은 이석홍 회장에 이어 김정태 회장을 선출하고 김동윤 사무국장과 김영의 총무는 유임했다.

그 외 타면들도 바쁜 농사철에도 불구하고 고향에서 올라온 내빈들과 서울향우들과 함께 인사 나누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고향 토산물로 넘쳐난 식사시간

12시부터는 점심식사가 시작되면서 각 읍면은 제각각 준비한 다양한 음식들을 선뵈며 맛있는 식사시간을 가졌다.

남해에서 가져온 갖가지 횟감과 멍게, 멸치무침, 병아리, 유자주, 동동주 등 풍성한 토산물이 쏟아져 나오며 향우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미조면은 멸치무침과 전날 잡아 올린 참멍게와 횟감을 선뵈어 잊을 뻔한 고향입맛을 되살리게 해 주방은 오후 내내 북적거렸다.

설천면은 생선회 4박스와 용강막걸리 10통 등을 고향에서 공수했고 고급썬캡과 남해마늘쫑 200개를 선물로 나눠졌으며 ‘독도는 우리땅, 잠실은 설천땅’, ‘설천이 보통 설천이냐’ 등 재치 넘치는 프랭카드를 선보여 체육대회 흥을 한껏 돋웠다.

이동면은 야외호프집을 차려 오가는 향우들에게 시원한 생맥주를 권하는 별난 추억거리를 제공했다.

식사시간을 통해 군향우회 임원들은 읍면을 돌며 향우들에게 인사도 하고 음식도 맛보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식사 중에 진행된 어린이달리기에서는 부모 손을 잡고 구경온 세살박이 아이에서부터 초등학생까지 친구들과 함께 달리면서 어린이날을 기념한 푸짐한 선물도 한아름씩 받았다.

또한 운동장 출입문 입구에서는 남해에서 올라온 농수산물 일일장터가 펼쳐져 오가는 향우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고향상품을 판매했다.


축구 고현면, 릴레이 설천면, 테니스와 마라톤 이동면이 우승

나동하 사회자의 해설로 청홍팀으로 나눠 진행된 여자축구는 골에 집중하는 남해아지매의 저력과 끈기를 유감없이 보여줬고 청팀이 2:0 승리를 거뒀다.


남녀의 호흡과 부부금슬을 가늠하는 2인삼각 경기에서는 승부에 집착하지 말라는 사회자의 말도 무시한 채 상품을 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날씨가 흐리고 바람도 불어 포근한 오뉴월 날씨는 온데간데 없고 춘삼월 날씨를 방불케 해 얇게 옷차림한 향우들의 몸을 움츠리게 했다. 오후 4시를 넘으면서 구름사이로 해가 살짝 고개를 드러내면서 기온이 한결 따뜻해졌고 그때까지 춥다고 움츠리며 쓰레기대봉투 속에 몸을 피했던 향우들도 박차고 나와 기지개를 펴며 응원에 나섰다.


양재동 테니스장을 빌려 별도로 치러진 테니스 복식경기에서는 우승 이동면, 준우승 삼동면 , 공동3위 남해읍과 고현면이 차지했고 한 점 양보없이 진행된 남녀혼성400m 릴레이 경기에서는 우승 설천면, 준우승 서면, 3위 삼동면이 차지했다.


남달모가 주관한 마라톤대회는 경기장을 한 바퀴 돈 다음 한강 고수부지를 지나 동호대교를 돌아오는 14km코스로 진행됐으며 수서경찰서(서천호 창선면)의 교통통제협조가 행사진행에 큰 도움이 됐다.

남자부는 1위 조창군(이동면), 2위 류근호(이동면), 3위 정재헌(미조면) 선수가 차지했고 여자부 1위 오길순(고현면), 최고령 임동찬(57살 이동면), 최연소 배광진(11살 삼동면) 선수가 완주해 부상으로 메달과 상품을 받았다.

번외 경기로 치러진 향우회 임원들의 축구경기와 100m달리기 시합은 승패에 상관없이 군향우회 임원들의 단합된 모습을 향우들에게 보여준 좋은 계기가 됐다.


열띤 경기를 통해 결승에 오른 고현면과 창선면의 축구결승전은 모든 향우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시종 박진감이 넘쳤다.

전후반 1:1로 종료휘슬이 울리고 승부차기도 3:3 무승부를 기록,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고현면이 창선면을 1 대 0으로 누르고 우승컵의 영예를 안았다.

경기가 끝나자 양팀선수들은 상대편 팀을 찾아가 응원에 화답하는 인사를 건네면서 승패를 떠난 화합과 친목의 자세를 보여줘 ‘우리는 너나 없이 남해인’임을 각인시켰다.

축구경기를 마지막으로 모든 경기가 끝나고 읍면노래자랑과 행운권 추첨행사가 열렸다. 노래 지원자가 넘쳐 부득이 읍면 대표가수 한 명씩만 정한 노래자랑에서는 뛰어난 노래실력을 선뵈는 가수들에게 향우들이 열띤 박수와 춤으로 화답하며 하나된 분위기를 만들었다.

노래하는 중간중간에 행운권 추첨을 할 때면 향우들의 이목이 추첨자의 입에 집중됐고 본부석 앞에 진열된 푸짐한 상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유남해 이벤트기획단장의 심사 결과 노래자랑 수상자는 대상 박순천(미조면), 2등 이인필(남해읍), 3등 최만철(서면) 향우가 차지했다.

행운권은 김운선( 이동면) 향우가 김치냉장고를 탔고 그 외 수많은 향우들이 한아름씩 상품을 선물 받아 역대 대회 중 가장 풍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삼남 회장은 폐회사를 통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함께 동참해 주신 향우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남해인의 날 행사를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경철 청년협의회 부회장과 행사진행 실무를 담당한 청년협의회 회원들의 수고가 컸고 유남해 이벤트기획단장이 음향과 노래자랑 심사를 맡아 수고했다.


한편 2003년도에 비해 참석율이 다소 떨어진 것은 어버이날과 겹치는 바람에 다수 향우들이 고향을 방문하거나 야외로 나간 결과로 분석되며 쌀쌀한 날씨도 향우들의 참여를 가로막은 요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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