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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회 노인대학 노인복지회관에서 근 20년 봉사
남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한 삶 잃은 건 많지만 후회는 적어
2017년 12월 01일 (금) 박서정 기자 nhsm2020@hanmail.net
   
 

인물 탐구 임동조

먼저 전화로 만난 이동노인대학장님은 목소리에서 학자풍의 이미지가 느껴졌다. 머릿속으로 그분을 그리며 이동면 화계마을로 갔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을 것 같아 미리 전화로 양해를 구했지만 벌써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대문 밖에 서 계셨다. 양복을 깔끔하게 입고 하얀 모자를 쓰고 편한 미소를 지으며 반겼는데 필자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그 이상이었다.
그는 3년 전에 이동면에 노인대학이 생겼을 때 부학장이었다. 그런데 학장이던 하성관 씨가 노인복지회관지회장으로 가셔서 1년 전부터 대학장이 되었다. 오늘 게이트볼 대회가 있었지만 필자를 만나기 위해 그것을 접고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더욱 컸다. 현재 이동노인대학에는 100여 명의 학생이 등록되어 있는데 화계마을 노인 10여 명과 이동면 각 마을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구성원이다. 초창기에 20~30명이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증가한 편이었다. 노인대학에서는 강사들이 초청되어 특강을 하거나 웃음치료와 운동을 주로 하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치매방지교육을 친절하게 해주고 있어 무료한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고 계셨다. 
남해에서 성남초, 수산중, 부산에서 금성고를 졸업한 그는 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하여 장교생활을 13년 정도하다가 대위로 제대를 하였다. 그 후 서울에서 건설회사와 연계하여 설비 건축 하청업자 일을 10년 정도했고 또 다른 일도 잠깐하면서 생활을 했다. 서울에서 잘 지내면서도 고향이 그리워 61세 환갑이 되었을 때 모든 걸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바로 전문농사꾼이 된 것이 아니고 70세부터 본격적인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바쁜 농사일을 하면서도 할아버지의 자애로움으로 두 손자를 잘 양육하였고 욕심 없이 고향에서의 생활을 이어나갔다. 
현재 얼마 되지 않는 논은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고 텃밭 정도를 일구며 집 화단을 가꾸며 유유자적 지내신다. 20여 년 동안 게이트볼을 취미삼아 즐기면서 게이트볼 회원 10여 명과 대회도 자주 나가고 때론 입선도 하곤 했다. ‘성남게이트볼 팀’에서 회장과 총무를 역임했고 지금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쓰고 있는 하얀 모자에는‘(재)현위헌관장학회’라는 글귀가 또렷이 적혀있었다. 현위헌관이 지금은 작고하여 세상에 없지만 그동안 1년에 한 번씩 게이트볼 대회를 위해 기금을 기탁하곤 했다는 업적을 전한다. 현재는 일본에 사는 그의 자손이 1년에 한 번 씩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마음을 쓰고 있음도 알린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고 즐겁게 사려는 마음을 잃지 않아서인지 얼굴 표정이 너무나 평화로워보였다. 이동면 산하 화계마을 노인회에서 7년간 총무를 하고 6년간 회장을 역임하는 수고를 했으면서도 힘들었다는 기색이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13년간 노인회 일을 하면서 군에서 지원받은 기금과 협찬 받은 돈을 모아서 천여 만 원이 넘는 돈을 다음 회장에게 넘겨주기도 했다는 내용이 대화를 나누는 중에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알뜰히 쓰고 근검절약하여 그렇게 회를 잘 이끌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동면노인복지회관에서는 무료급식을 하는데 3년째 감사로 활동 중이고 성남초등학교 동창회가 결성되었을 때는 총무일도 했다. 지금 대문 옆에는 ‘성남초 1회 졸업생 동창회’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매사에 긍정적인 성격으로 인해 세상사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없는 듯했다. 아무리 질문을 해도 “자신이 건강하고 자식들 제자리에서 잘 살고 있고 손자들도 잘하고 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은 없다”고 하신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던진 질문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일이 없는지를 여쭸다.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지금껏 살아오면서 남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을 하다 보니 생활이 그렇게 넉넉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귀향할 당시 61살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와 보니 그 나이는 이 시골에서 청춘에 해당하는 나이였다는 걸 알고 서울에서 좀 더 직장 생활을 할 걸 하는 약간의 후회가 있었다고 한다. 글을 쓰며 학자의 길도 걸을 수 있었지만 아버지라는 무게 때문에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는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을 때 마음이 아프면서도 삶의 현실로 받아들여야 했다.
학장님은 아주 오래 전에 삶의 지혜를 담은 명언 집을 출간했다. 철학적 용어를 가미하여 작은 책을 냈던 기억을 소중하게 떠올렸다. 그리고 한 번씩 자신의 일상을 글로 썼는데 지난 8월 18일 우리 남해 신문에 ‘돌아와요 보물섬 남해로’라는 글이 실렸다. 그리고 ‘집 개를 보고’, ‘황혼에 찾은 행복에 감사’, ‘어느 선생님의 세뱃돈’ 등이 수시로 게재되었다. 그 중에서도 2006년 독자마당에 발표된 ‘70세에 시작한 농사’에 대한 글을 잠깐 옮겨 본다. “평생 일 해보지 않은 논과 밭에서 70세가 지나서야 농사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물어물어 지은 나락농사가 꽤 잘 되었다. 나는 오랜 객지생활에서 고향으로 귀향하여 논 750평과 텃밭 260평의 조그마한 농토를 많지 않은 돈으로 장만하여 논에는 모를 심고 나락을 키우며 밭에는 고추, 파, 고구마 등을 심고 수확을 해보았다. 동네 사람들은 그만 둘 나이에 농사를 시작한다고 하였으나 일을 하니 건강도 좋아지고 할 일이 너무 많아 잡념을 가질 새도 없어 밤잠도 잘 자고 밥맛도 좋아졌다. 여가가 나면 게이트볼장에 나가 친선운동도 하고 바둑도 둔다‧‧‧늦게 시작한 농사일이 경제성을 떠나 신기하고 재미가 있다. 자그마한 시골집과 농토는 내 자식이 나이를 먹고 고향에 돌아와 나와 같은 생활로 노후를 즐길 것이며 자자손손 영구히 보존될 것이다”   
그 당시의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는 물질에는 그렇게 많은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글 속에서 어린 아이의 심정으로 초보농사꾼이 농작물을 신기하게 대했던 심성이 오롯이 나타나 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가늠하며 나의 마음이 순수의 일로를 걷고 있는데 ‘저어, 기자님’하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지역발전을 위해 한 마디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남해에 자꾸 인구가 줄어들고 외지에 있는 사람들도 여기를 오길 꺼려한다. 남해에 있던 젊은 사람들도 밖으로 나간다. 남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에 반영해서라도 우리 남해를 ‘개발촉진지역’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농업진흥지역을 개발촉진지역으로 전환이 될 수 있도록 형질변경을 하고 관광지로 부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쌀농사도 과잉농사가 되어 수매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농사꾼도 많지 않으니 형질 변경은 정말 시급한 일이다. 남해에 건축이 늘고 여기저기에 건물이 생겨 많은 인구 유입이 될 때 남해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학장님은 연륜 속에 체득된 많은 지식과 선견지명 그리고 삶의 이치들을 겸손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건넸다. 필자는 펜에 힘을 주며 애향심의 발로인 그 말씀을 감사한 마음으로 진하게 꾹꾹 눌러 썼다. 정말 이런 바람이 이루어져 남해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필자 또한 가득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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