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과 하동군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역대로 같은 선거구다. 인구도 거의 비슷한데 내년도 하동군의 예산이 남해군보다 무려 1,000억원이나 많다. 남해와 하동은 안타깝지만 이제는 경쟁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두 지역 군수들의 능력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능력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에서도 생길 수 있다. 하동군수는 어떻게 해서든 예산을 많이 따내기 위해 노력했고 남해군수는 채무제로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예산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주민들의 편익과 복지가 향상되는 것이다.  개인의 빚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자체에 빚이 있다고 해서 군민을 보고 갚으라고는 하지 않는다. 
2016년 7월 4일 군청광장과 국민체육센터 MK홀에서는 박영일 군수 취임 2주년을 맞아 치적을 자랑하는 대대적인 행사가 열렸다. 다름 아닌 채무제로 기념식이다. ‘40년 이어온 어둠의 빚을 빛으로 바꾸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날 오전에 거창한 기념식을 마치고 오후에는 설천면 노인대학에서 박영일 군수가 특강을 했다. 그날 노인대학에서는 오전에 있었던 채무제로 기념식을 소개하고 박영일 강사는 대대적인 축하의 박수를 받았다. 그날 이후 박영일 군수는 기회 있을 때마다 남해군의 빚을 다 갚았다며 자기의 치적을 자랑하고 다녔다. 
남해군이 다 갚았다고 자랑하는 빚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시급히 복구하고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방채를 발행하여 차입한 75억 원이다. 이 중에서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빌린 돈이 60억 원인데 일부는 갚고 남은 돈 46억 600만원은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갚아도 된다. 나중에 갚아도 되는 예산을 ‘채무제로’라는 정치선전을 위해 조기에 갚아버린 것이다. 돈을 풀어서 공사를 하지 않고 빚을 갚았다고 자랑한다. 
지난 달 23일 남해군의회에서 김두일 의원은 군정 질문을 통해 설천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고 ‘상환기일이 도래하지도 않은 광역상수도 차입금을 조기상환한 이유가 뭐냐’며 따졌다. 이날 담당 공무원은 ‘지금 설천면(월곡-덕신-감암-노량-왕지배수노선)은 임시처방은 필요하다’고 답변한 걸 보면 설천지역의 물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주민의 시급한 현안인 생활안전과 복지향상을 위해 확보해 놓은 돈을 ‘채무제로 달성’이라는 정치선전을 위해 갚아버린 것이다. 물 때문에 고통 받는 주민들을 외면해 버린 것이다. 시골 노인들한테 ‘박영일 군수가 남해군의 빚을 다 갚았다’고 하면 상당히 박수를 받는다고 한다. 
하동군보다 1년에 1,000억 원이나 적은 남해의 예산은 정말 한심한 일이다. 지난 10년간 남해군수들은 군수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장기집권을 위해 임기 내내 ‘부남회’나 ‘마른대구 선물 사건’ 등 선거운동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난을 받았다.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군수들이 앞장서는 모습을 지난 10년간은 본 적이 없다. ‘채무제로’도 재선을 위한 선전용은 아닌지?
‘40년 동안 이어 온 어둠의 빚’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는데 아마도 지난 40년 동안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군수는 처음일 것이다. 
남해는 지금 하동처럼 예산을 많이 끌어 와서 지역발전과 주민복지 향상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군수가 필요하다.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지역경제는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군수가 표를 얻기 위해 시골 노인들 앞에서 빚을 다 갚았다고 자랑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남해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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