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네. 거부터냉면입니다. 오시고 싶다구요”. 홀에 30여분 앉아 있는 동안 ‘거부터냉면’을 찾는 전화가 서너 통, 냉면맛을 보고 냉면재료를 구입하러 온 사람이 두 팀을 넘었다.

김진홍(59살 서면 노구) 향우는 전화 받으랴 상담 문의하랴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아직 본격적인 냉면철이 아닌데도 이곳에는 거부터냉면을 맛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수양벚나무 사이로 줄을 잇고 있다.

고양시 탄현동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김진홍 향우는 원래 음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랫동안 1급 자동차 공업사를 운영하던 중 경영이 어려워지면 무얼 할까 고민하다 1996년 3월 가게를 정리하고 <성우가든 통나무집>이라는 생고기집을 연 것이 음식점의 시초였다.

개업한 뒤 2년간은 고기집이 잘 되다가 아엠에프(IMF)로 식당 창업이 무분별하게 늘면서 꾸준하던 장사가 주춤했고 매출도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김 향우는 주방장의 컨디션에 따라 음식의 맛이 시시각각 바뀌어 손님에게 일관된 음식 맛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 늘 답답하던 차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 끝에 고기맛의 뒤끝을 좌우하는 냉면맛의 향상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면발과 육수 내는 법, 그리고 양념장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급 호텔 한식 주방장을 2년간 5명이나 고용해 재료들의 계량화하고 꼼꼼히 기록하는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직접 했다.

드디어 제일 맛날 때의 재료 비율을 발견해 정량화된 육수 분말을 만드는데 성공한 김 향우는 주방장의 손에 의지하지 않고도 ‘새콤달콤하면서 매코롬한 맛’의 육수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

이후 손님들은 고기보다 냉면을 더 찾아 매출이 5배나 늘었고 성수기인 여름에는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대신 다른 음식처럼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특별한 음식솜씨도 재료비가 많이 드는 것도 아니라서 시간과 인건비대비 많은 순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 부가가치가 큰 사업이 되었다.

이때부터 가계이름도 ‘이 터를 찾는 모든 이들이 부자가 되라’는 뜻으로 <거부터냉면>으로 바꾸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삼아 아이엠에프(IMF)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잡지에 글을 기고했던 것이 계기가 돼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언제 먹어도 한결같은 맛이 입안에 사르르

칡뿌리를 삶아 쫄깃한 ‘거부터냉면’의 면발은 오랜 전통을 가진 송학식품과 제휴해 대량생산을 체계를 갖추었고 과일 등 각종 몸에 좋은 육수도 농축시켜 분말가루로 만들어 변하지 않는 고유한 냉면맛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주방장의 컨디션에 따라 변동이 심하던 맛을 면발과 육수의 생산과정과 조리과정을 통일해 언제 먹어도 한결같은 맛이 나도록 통일화시켰고 보증금도 가맹비도 로얄티도 없이 재료비만 있으면 누구나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의 거품을 뺐다.

체인점이라곤 하지만 가맹비나 인테리어비 등이 없이 냉면 재료들만 공급하다보니 창업비용부담이 적은 초보업주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사업자들은 처음에는 재료비만 받는다는 말에 의아해 하면서도 김 향우의 경영철학을 듣고는 이내 열렬한 팬이 되고 만다.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예비창업자나 기존 고기집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줄을 잇고 있으며 전국에 300여개의 체인점도 확보하고 있다.

거부터냉면의 육수와 양념장에는 화학조미료의 텁텁함 대신 양파, 사과, 배 등 각종 천연 과일향이 짙어 달콤새콤하면서 짜고 맵고 쓴맛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다. 살얼음 사르르 띄운 물 냉면은 육수의 시원함으로 여름을 녹여주고 달콤매콤한 비빔냉면은 그 맛이 독특해 사시사철 인기만점이다.

30년 전부터 향우회일에 발을 들여 놓은 김 향우의 고향사랑은 남다르다.
지난 3월에는 재경중현초동문회 회장을 맡아 동문회의 든든한 후원자로 다시 일선에 나섰다.

“향우들에게 만남과 추억의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많은 향우들이 들러 줄 것을 당부하는 김 향우는 냉면전문점을 전국의 국도변에 여럿 만들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정원의 보리수나무에 하얀 꽃이 피는 오월에는 가까운 나들이 삼아 찾아봄이 어떨지......(031-921-8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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