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선하면 고사리였는데 이제는 다른 품종들이 덧보태졌다. 바로 표고버섯과 굼벵이이다. 바깥이 시원한 가을을 달리는 시간에 2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버섯 종균을 퍼뜨리기 위해 다소 높은 온도가 유유히 공중을 회전하고 있었다. 기온이 확연히 다른 그 곳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참나무에 둥지를 틀기 위한 종균의 몸부림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1년 동안 종균이 편하게 자랄 수 있도록 2,300봉의 참나무는 편하게 누워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몸속의 열기를 품었다 내뱉기를 반복하는 힘든 호흡 중이었다. 산고를 겪은 참나무에는 하얀 움을 틔우며 태어난 열매들이 봉긋봉긋했다.

고사리가 좋아 남해로 귀농, 표고버섯과 굼벵이도 특화작물로

한창 바쁜 대곡마을 채판석 이장님은 그동안 방송에도 나가고 여러 방면으로 매스컴을 타서 일 년 동안 많이 바빴다는 말을 전한다. 창원이 고향인 그는 고사리가 좋아, 속되게 말하면 고사리에 미쳐 이곳으로 귀농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고사리 농사를 짓다가 어느 날부터 느타리버섯도 재배하게 되었다. 10년 이상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타리버섯을 재배했으면서도 지금도 여전히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것이 어려운 일인 것 같기도 하고 겸손의 말씀 같기도 하다. 느타리버섯은 목화솜을 발효시켜 퇴비를 만들어 키우기에 까다롭기도 하고 재배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란다. 하지만 그런 버섯을 재배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에 마을기업으로 시작한 표고버섯재배가 성공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올해 3년차인 이장님은 “마을이 우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마을과의 경쟁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우리 마을은 그 조건을 갖추기 위해 미리 조합 구성을 했고 영농교육을 할 때 주민들의 참여도를 높였고 실농가에 가서 주민들과 함께 표고버섯 재배법을 익혔다. 이런 이력이 인정되어 ‘2016년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이 되었고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굼벵이를 기를 수 있게 되었다.

우수마을기업 참여 15가구, 참나무 옮기고 뒤집는 일 어려워

마을기업에 참여하는 가정은 34가구 중에 15가구이다. 현재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령대는 보통 50대 후반에서 70대 후반이다. 나이가 많은 관계로 1미터 20센티미터 되는 참나무를 이곳까지 운반하고 뒤집기를 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다고 한다. 약 6,000평에서 자란 고사리는 한해 매출이 2억 원 정도였고 표고버섯도 작년 한 해 동안 5천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 지금도 200평의 온실에서 버섯종균 2,300봉이 자라고 있었고 130평의 온실에서 버섯 2,000봉이 배양되고 있었다. 물론 물도 주기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 설치돼 있었고 온도를 맞춰주는 개폐기도 작동하고 있었지만 사람의 관심과 돌봄이 무엇보다 최우선이었다. 온도가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버섯은 나오지 않으며 또 제때 따지 않으면 갓이 퍼져 상품 가치가 없어지니 소홀할 수가 없었다.
12월에서 1월까지 참나무를 벌목하여 종균실로 운반하는 순간부터 버섯재배는 시작된다. 생나무인 참나무를 한 달 정도 말려서 한 나무에 50~60군데 구멍을 뚫어 종균을 심는다. 종균을 접종하여 6개월 동안 서너 번 뒤집기를 반복하면 포고버섯이 하얀 얼굴을 뾰족히 내민다. 그로부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지났을 때 수확을 하면 상품가치는 높아진다. 한 봉에서 생산되는 버섯의 수확량은 1킬로그램 정도이다. 버섯은 꾸준히 판매가 잘 되고 있어 재배만 잘하면 판로는 걱정이 없는 셈이다.

 ‘고사리 삼합 인기 음식’ , 참나무 폐목은 굼벵이 먹이

삼 년 동안 버섯을 길러냈던 참나무 폐목은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분쇄하여 가루로 만든 다음 그곳에 ‘장수풍뎅이 알’과 ‘흰점박이 꽃뱅이 알’을 두고 온도와 습도만 잘 맞춰 주면 번식은 저절로 되었다. 마침 고사리 가격이 폭락했을 때 대안책으로 굼벵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시기적으로 잘 맞았다. 굼벵이는 처음에 농가별로 분양하려다가 한 곳에서 사육을 하게 되었다. 올해가 표고버섯을 재배한 지 2년 째여서 현재는 마을에 참나무 폐목이 없어 곤명과 창녕 등에서 톱밥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고사리는 현재 개인이 따로 재배하고 있지만 판매는 마을기업을 통해서 한다. 지난 고사리축제 때는 고사리, 홍합, 바지락을 이용해서 고사리 삼합의 음식을 준비했는데 인기리에 판매가 되었다. 서경방송과 지방일간지에 홍보를 해서인지 무척 성공적이었다는 평이 있었다. 날씨가 좋을 때는 햇빛에 말리고 비가 올 때는 비를 피해 건조장에서도 말린다. 그리고 삶아서 물을 빼 말리는 방법도 있는데 고사리는 건조를 잘 시켜야 상품으로서 대접을 받았다. 통통했던 고사리가 날씬해지는 과정 속에는 말림이라는 중요가 단계가 숨어 있었다.  

모든 게 준비되어 있는 대곡마을 ‘마을기업브랜드’ 로 재도약

이장님은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여러 번의 전화를 받았다. 구수한 목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친밀감을 가지게 했다. “작년에도 바빴고 올해에도 여전히 바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우리 마을을 벤치마킹하러 오는 타 부락 사람들에게 시간도 낼 생각이다. 우리 마을 고사리 조성기간은 4년 정도였다. 그것을 참고 견뎌준 우리 마을 주민들께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외지에서 온 나를 배척하지도 않고 안아주고 믿고 신뢰해줘서 모든 게 지금까지 이루어졌다. 현재는 일부만 참여하는 마을기업이지만 다음에는 모두 참여를 하게 하여 전 농산물이 마을기업을 통해 ‘마을기업브랜드’를 내걸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연적으로 질도 향상되고 소득도 높아진다. 우리 마을에는 저온창고도 준비되어 있고 건조기도 있으며 포장하는 장소도 준비되어 있다. 모든 게 준비되어 있는 이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더욱 단합하여 버섯과 굼벵이를 길러내는 일에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
이장님의 구수한 목소리를 들으며 자라는 표고버섯과 굼벵이는 몸빛도 좋고 튼실했다. 마을주민들의 부지런한 발자국 소리를 듣고 정다운 손길을 느끼는 포고버섯과 굼벵이는 창선면 진동리에서 자라는 푸르른 고사리 잎사귀만큼이나 싱싱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