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총칭하여 정치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정치라는 단어는 제도권에 속한 정치집단만을 연상하기 쉬우나 정치행위는 제도권 밖에서도 얼마든지 있다. 노동단체 농민단체 환경단체 박근혜퇴진운동본부 등의 여러 시민단체들의 행위도 정치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넓은 의미의 정치적 영향력은 어쩌면 제도권 안에서보다 제도권 밖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다. 6월 항쟁이나 촛불혁명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도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제도권 내의 정치는 법을 제정 하고 지방 조례를 제정하는 등의 활동으로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키지만 제도권 밖의 시민단체나 언론 역시 사회를 변화시키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단지 맡은 바 역할만 다를 뿐 그들이 추구하고 지향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적이며 인권이 보장되고 부정부패가 없는 정의로운 사회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시민단체나 운동권 단체, 학계나 언론에서 활동하다가 제도권 정치에 진출하는 사례들은 많았다. 6월 항쟁으로 6.29선언을 받아냈고 민주화 목표를 달성하자 함께 거리에 나왔던 사람들이 일부는 보수진영으로 일부는 진보진영으로 정치권에 진출했다. 제도권 내에 들어가 여러 분야에서 민주화를 완성하고 정착시키자는데 뜻을 같이하여 당선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가 추구하던 가치관을 제도권 내에 들어가서 펼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김두관의원도 마찬가지다. 민통련이라는 민주화운동 단체에서 데모를 하다가 옥고도 치렀고 또 고향에 내려와서는 87년 여름 남해농민회(전농)를 여러 명과 함께 창립하기도 했다. 그후 군민들이 잘 아시다시피 남해신문 사장을 하다가 제도권 정치로 진출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농민운동을 하다가 농협조합장에 출마하여 당선된 사례도 많고 다른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가 지방의원으로 당선된 사례는 더 많다.
그들은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자기가 추구하는 이념이나 가치관이 검증되고 또 그들의 진정성이나 사회적인 공로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직업에 종사하다가 그냥 출마하거나 다른 직장에서 퇴직하고 바로 출마하는 사람보다 더 검증하기가 쉬운 사람이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아니겠는가.
대학 강단에 있던 교수들도 정치권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 그들은 또 임기가 끝나면 다시 학계로 복귀한다. 이처럼 정치인의 신분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농민의 이익을 위해 농민운동을 하다가 국회로 진출한 강기갑의원은 제도권 안에서 농민을 위해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농사를 지으면서 누구 못지않게 농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 
박원순이나 김두관처럼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출마한다고 해서 누구나 제도권으로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들 보고 다시는 농민운동이나 시민단체 활동 또는 언론활동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활동하면서 부패한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등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서 활동한다면 그들에게 박수는 못 칠망정 비난 받을 일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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