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군수는 노인대학에서 자주 강의를 한다. 어떤 때는 거의 매주 각 읍면별로 돌아가면서 하기도 한다. 이처럼 군수가 노인대학에서 순회 특강을 하는 것은 군정에 전념해야할 군수 본연의 업무는 아니다. 역대 남해군수 중에 이렇게 노인대학 특강에 목을 매는 듯이 한 군수는 없었다. 다른 인근 시군에서도 남해처럼 노골적으로 자주 하는 지자체는 없다.
왜 군수가 노인대학의 단골 강사로 등장하는가. 박영일 군수가 선거를 의식해서 자청했거나 아니면 노인대학에서 요청을 했거나 두 가지 중에 하나일 것이다. 박영일 군수가 자청해서 특강을 한다면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임기 내내 선거운동이나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고, 반면에 노인대학이 요청을 해서 특강을 한다면 노인대학 역시 군민들로부터 ‘자성의 요구’를 받을 것이다.
군정에 전념해야 할 군수를 너무 자주 부르는 것이 과연 모범을 보여야할 어른들의 처신인가 하는 문제 제기가 요즘 계속 분출되고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노인대학 강사를 섭외하는지는 몰라도 남해군정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 책임자가 너무 자주 노인대학 강단에 선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김두관 하영제 정현태 어느 군수도 이처럼 하지 않았다. 어느 쪽에서 요청을 하였든 남해는 너무 심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노인대학은 정치선전장이 아니다.
내년 6월에는 군수선거가 있다. 전임 정현태군수는 ‘부남회’나 ‘미래창조’라는 선거용 사조직을 만들었다 하여 수사기관에 수십 명씩 불려 다녔다. 선거법이 강화되어 사조직을 만들어 선거에 활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노인대학 강사로 자주 초청하는 것은 선거운동을 하고 싶은 특정인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격으로 많은 오해를 살 수 있다.
올해 남해노인회 회장이 바뀌었지만 박영일군수가 노인대학에서 특강을 하는 것은 여전하다. 노인대학이 정치인의 이용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노인대학이 정치 지망생들의 선전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이 변하여 ‘밥상머리 교육’이 없어진 지 오래다. 노인대학은 사회의 선배로서 사회의 원로로서 밥상머리 교육을 한다는 정신으로 공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충고도 하고 때로는 질책도 하는 그런 모습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설사 군수가 강단에 서고 싶다고 자꾸 요청을 해도 어른들은 “군정이나 열심히 하라”고 충고하는 게 어른으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어릴 적에는 집안에도 어른이 있었고 마을에도 어른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어른이란 그저 나이가 많은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마을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법으로 가기 전에 당사자들을 불러 놓고 조정도 하고 충고도 하여 서로 원만히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른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어느 사람이 권력 좀 가졌다고 아니면 돈 좀 벌었다고 어른 행세하는 세태를 한탄하는 말일 것이다.
아무리 어른이 없는 시대라고는 하나 그래도 이 사회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권력에 줄서지 않고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 존경 받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후배들의 모범이 되는 당당한 어른들의 모습을 지금 남해사회는 원하고 있다.
남해노인대학에는 교육계 출신이나 공직자 출신들도 많고 각계에서 많은 경험과 전문 지식을 쌓은 분들이 많다. 그래서 남해노인대학이 남해사회에서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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