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래삼배’는 “술자리에 뒤늦게 참석하게 된 사람에게 연거푸 술 석 잔을 마시게 한다”는 우리의 고유한 술자리 풍속을 말한다.
유래는 신라문무왕(674년)때 조성된 경주 안압지에서 1974년도에 발굴한 주령구(酒令具)에 근거를 두고 있다. 나무로 된 14면체 주사위로 만들어져 참나무 재질에 각 면마다 음주(飮酒)의 다양한 벌칙이 있다. 신라인들의 음주습관의 풍류를 보여주고 있는데, 벌주(罰酒)로 술 석 잔을 마시게 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빠른 벌주는 삼잔일거(三盞一去)라고 하여 술 석 잔을 한 번('원샷'?)에 마시게 하는 벌칙인데, 이는 중국 왕희지(王羲之)때 시작됐다고 한다. 중국 술자리 풍습에 관한 이야기로, 중국 사람들은 술자리 모임에 조금 늦게 가게 되면, 후래(後來)란 말이 마치 ‘후레아들’처럼 들리는데, ‘후레아들’이란 배운데 없이 제 멋대로 자라서 버릇없는 놈, 속된 말로 ‘후레자식’을 두고 하는 말인데 ‘후레’란 발음이 귀에 거슬리게 한다. 하지만 ‘후래삼배’란 엄연히 우리국어사전에도 명시되어있다. 늦게 온 사람에게 먼저 한 잔을 권하라, 늦게 와서 못 마셨으니 우선 먼저 권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후래’란 말의 의미와 풍습을 알고 보면 술꾼들에게 그리 나쁜 말이 아니다. 꼭‘벌주'의 개념이 아니더라도 분위기에 빨리 동화되어 어울리려면, 먼저 온 사람들과 적당히 취기(醉氣)를 맞추기 위해, 몇 잔 더 마시는 것도 나쁘지 만은 아닐 듯하다. 술자리에서나 있을 수 있는 운치 있고 인간미 넘치는 풍경이 아닐 런지?.
예로부터 동서양에서 전해지고 있는 술 마시는 방법은 대체로 세 가지의 유형이 있다. 첫째! 여러 사람이 어울려 술을 마시되 자기 술잔에 마시고 싶은 분량만큼 자기가 따라 마시는 방법, 둘째! 각자 잔에 술을 따르고 건배를 하는 방법, 셋째! 자기가 마시고 나서 그 잔을 옆 사람에게 권하며 술잔을 주고받으며 마시는 방법이다. 첫째 방법을 자작(自酌)이라고 하고, 둘째 방법을 대작(對酌)이라고 하였으며, 셋째 방법을 수작(酬酌)이라고 하였다. 자기스스로 술을 잔에 따라 마시는 자작은 주로 서유럽 사람들 속에서의 풍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고, 각기 잔에 술을 따라 놓고 건배하는 것은 동유럽이나 중국사람들의 관례로 되어왔으며, 잔을 돌려가며 술을 마시는 수작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관습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도 수작이라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술 문화로 생활화되고 풍속화 되지는 않았다. 우리 조상들은 마을단위 또는 일터 중심으로 의논할 일이 생기면 한자리에 둘러앉아 상하 격식 없이 술잔을 돌려가며 흉금을 터놓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의사결정을 했다. 술잔을 주고받는 돌림술의 풍습으로 술자리에 늦게 참석하게 되는 경우, 악의없이 처벌?을 준다는 의미에서 술잔돌림차례와는 관계없이 늦은 사람에게 먼저 연거푸 석 잔의 술을 권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자리에 늦어서 미안해하는 마음을 풀어주고, 술자리분위기에 적응되도록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처럼 후래삼배는 화목하고 합심과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우리 민족의 음주문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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