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접하고 있는 법흥사에 도착하니 양 옆으로 큰 나무가 서 있다. 오른쪽에 있는 나무는 왠지 보리수나무일 것 같고 왼쪽은 확실히 목련나무다. 대웅전 마당에 들어서려면 마주하고 있는 계단을 오르든지 왼쪽 편으로 난 작은 길을 걸어야 한다. 분명 왼쪽 길로 가면 편하게 대웅전으로 들어설 수 있지만 부처님을 뵙기 위해서는 약간의 고행이 따라야 할 것 같아 높은 계단을 선택하고 힘들게 올랐다. 조금 전에는 우듬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높이 들다가 지금은 한없이 아래로 향한다. 스님은 내가 이 길을 통해 온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띤 채 ‘성행당(省行堂)’으로 들어가자고 하신다. ’자신을 돌아보고 살펴서 바른 일을 행‘하라는 뜻을 담은 그곳을 들어서려니 마음 한 구석이 들썩인다.

자연스럽게 불교에 귀의, 누구나 절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공부
스님께 계단이 너무 높았지만 수행하는 마음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랐다고 하니 “사찰은 대부분 대웅전으로 향하는 계단이 높다고 하신다. 교만하고 최고인 양 자만하는 아상을 내려놓아라," 즉 하심하게 한다는 뜻이다. 오늘 제대로 하심을 하고 스님 앞에 앉았다. 보이차를 마시며 스님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뵈니 기도 정진으로 종교인의 길을 걸었다는 것을 방증이라도 하듯 얼굴빛이 환했다. 불상 뒤에서 은은한 빛을 내는 광배 비슷한 느낌이었다. 오래 전부터 종교에 귀의하여 불경을 독송하며 내적인 수행을 얼마나 규칙적으로 했을지를 직접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지금 이 시간에는 부처님 전에서 기도와 자기수행 공부를 하는 시간이라고 하신다. 그 귀한 시간을 뺏는 것 같아 빨리 끝낼 생각이었는데 마음과 달리 이야기는 길어지고 있었다. 스님은 경내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모든 게 마음공부이고 이곳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의미 없는 것이 없다고 하신다. 스님이 어린 시절 엄마의 손을 잡고 절에 다니다 불심이 쌓여 어느날 부처님의 공덕으로 자연스럽게 불교에 귀의한 것처럼 마침 산새 몇 마리가 어떤 스님의 독경소리를 듣고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아마도 스님의 기도 시간인 것을 알고 맞춰온 것 같았다. 삼라만상의 집합체인 이곳에 올 수 없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대중들과 함께 호흡, 제1회 보물섬문화한마당 개최 예정
대웅전을 오르기 전에 만날 수 있는 ‘연꽃어린이집’에서는 100여 명의 불자 자녀와 일반 자녀들이 인성교육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교사는 불자와 무교인들이다. 매주 어린이법회를 열어 기계문명 속에서 오는 고립감을 줄이고 친구와 갖는 시간을 통해 정서를 넓히고 소통하는 법도 익힌다. 오는 10월 15일에는 유치부, 초등부, 중·고등부를 위해 ‘제1회 보물섬문화한마당’이 예정돼 있다. 어린이놀이체험장과 나래숲공원에서 글짓기 그림대회 단체줄넘기 전래놀이 체험활동 장기자랑 등을 할 것이다. 스님은 “여기 남해에는 청소년을 위한 행사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 창작활동을 통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게 하고 고향에 대한 애착을 가지도록 하고 싶다. 잘하든 못하든 누구나 다각적인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올해는 처음이어서 이 정도로 하고 다음해에는 댄스대회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하셨다. 선문스님이 작년에 법흥사에 오셨으니 올해가 1회째가 되는 것이다.

스포츠를 활성화시키고 어르신을 위해 경로잔치 열다
우리는 흔히 스님들은 정적인 것을 선호하고 스포츠에는 별 관심이 없겠거니 하는데 그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스포츠 속에 불교의 정신을 더 심을 수 있으니 권장하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단다. 경쟁하고 열정을 쏟는 속에 배려와 양보를 배우게 되고 협력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니 저절로 행복한 생활로 연계된다는 것이다. 법흥사에서 ‘볼링협회’와 이번에 처음으로 ‘볼링 경남권 대회’를 연 것도 이런 점에 기인한 것이다. 불자들이 볼링 회원에 소속된 것은 아니었지만 종교를 떠나 서로에게 화합의 장이 되었고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9일에는 불자들로 구성된 ‘탁구동호회원’들이 ‘남해군탁구협회장기 직장 및 단체 친선탁구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선문스님이 여기 오신 이후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고 있었다. 스님은 포교당에서 할 역할이라고 하시지만 많은 구상을 하시고 실행해나가는 모습은 문화를 사랑하고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의식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에는 한 세대를 힘들게 살아온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열었다. 절에는 ‘우란분절’이라는 날이 있는데 원래는 조상님을 천도시키거나 돌아가신 분께 효도를 하는 의식이다. 스님은 살아 있는 분에게도 효도를 해야 한다, 모든 분이 우리 부모다 하는 마음으로 이번 백중(우란분절)날 행사를 치르게 되셨단다. 가까이 사시는 200여 명의 어르신이 참여하여 다과를 나누고 어린이집 아이들의 재롱잔치와 국악 공연 그리고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자유 시간을 가졌다. 어르신들은 “수고했다. 즐겁게 놀다간다”라는 말들을 남겼다고 하니 고생한 보람이 있었을 것 같다. 유치부 어린이 청소년 장년 어르신을 위한 행사를 앞으로 자주 열고 싶다고 하신다. 탁구동호회나 미술공부 음식공부 등 모두 불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니 누구든지 편하게 오기를 원하고 계셨다.

장년층을 위한 토크 콘서트 내년에 예정, 행복한 삶 추구의 토대
내년에는 장년층을 위한 ‘토크콘서트’를 생각하고 구상 중에 있었다. 절기별로 한차례 날짜가 정해지는 날 잔잔한 음악을 들려주면서 세상사를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고 스님에게 도움을 구하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처럼 중생들에게 삶의 지혜를 들려주고 삶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고 싶어 하셨다. 사람들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보시는 보통 세 가지 정도라고 하신다. ‘물질보시, 두려움이 없게 하는 보시 즉 정신적 보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시’하는 것이란다. 보시는 절에서도 하고 바깥세상에서도 할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자비심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사람들은 때때로 나약해지고 힘없는 존재가 되기에 누군가로부터 희망적인 말을 듣고 새 힘을 얻고 싶어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 종교인들은 더욱 기도 정진하여 두려움 공포 우울한 마음을 물리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여러 모습으로 부처님의 마음을 전해야한다.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기도하고 세상에 자비심을 베풀 때 서로가 행복해지고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방하착의 세 글자만이라도 실천했으면 한다” 스님은 흔들리지 않는 신앙심을 가지고 모두가 잘 살아가기를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유치부부터 노인층까지 어떻게 자비를 베풀 것인지를 고민하는 선문스님, 법흥사에서 펼치는 문화부흥과 스포츠의 활성화는 그런 토대 위에서 더욱 굳건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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