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보물섬 남해 단호박&어촌체험축제 제2차 추진위원회(위원장 곽광남)가 열린 데 이어 11일 오후 2시 서면 유포어촌체험마을 현장에서 다시 추진위원회가 열렸다.
그것은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축제기일이 다가 왔지만 축제 기획안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지난 7일 단행된 남해군청 인사로 담당자가 미조면으로 이동했고, 윤경연 서면장이 의회 전문위원으로 전보되고 정종길 신임면장이 취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추진위원회는 수차례 회의를 통해 “호박이 굴러 들어 옵디까!”라는 주제를 정하고 이벤트기획사인 CREATIVE JOY와 협력하여 서면의 맛과 자연, 문화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면 유포마을의 아름다운 경관을 활용하여 수를 부르지 않고 단호박 껍질 빨리 벗기기, 단호박맥주 개발 및 시음과 판매, 단호박 무게 맞추기, 단호박 & 맥주 레크레이션 등 체험 위주의 유니크한 기획과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보물섬 남해 단호박&어촌체험축제의 생존 전략을 추구해 왔다.
단호박은 남해군 각지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서면지역의 재배면적이 37만여㎡에 달해 남해군 내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남해군 서면 단호박은 해풍을 맞고 자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일반 단호박에 비해 당도가 높다.
곽광남 추진위원장과 함께 축제를 진두 지휘하던 전임 윤경연 면장이 축제 시작을 보름도 남겨 놓지 않고 전보되는 바람에 취임 이틀째인 이 날 신임 정종길 면장은 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단호박맥주 시음회와 행사 내용을 확정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추진위원은 물론 관내 공무원과 문화관광과 공무원 지역언론사를 초청하여 2시간이 넘는 심도 있는 토론을 벌인 것이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김금조 부군수, 정종길 서면장, 곽광남 추진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행사장 전체를 둘러보면서 교통대책과 안전대책에 대한 점검을 하였다.
이어 보리와 단호박을 결합한 맥주를 연구하여 탄생한 단호박 맥주 시연이 있었다. 65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1천 리터를 생산한 맥주는 독특한 향과 맛으로 맥주를 싫어하는 내 입맛에 맞을 정도였지만 한정 생산으로 값이 독일마을에서 파는 독일맥주처럼 고가여서 성공여부는 속단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독특한 아이디어였음은 분명했다.
이 날 회의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먼저 “축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논란거리였다. 축제를 10일 앞둔 시점에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남해군의 지원금 4천만 원에 유포마을 자비부담 1천만 원을 보태 5천만 원짜리 축제를 기획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치루는 축제인데다 기반시설이 부족하여 그 예산으로는 축제다운 축제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봉착하고 말았다.
그래서 3천 5백여만 원의 협찬금을 모으기로 하고 추진위원들이 노력했지만 현재 1천 5백만 원의 협찬금을 새남해농협, 서면지역 6개 작목반 등에서 지원 받는데 거쳤다. 결국 유포마을에서는 "흑자가 나도 마을 책임이고, 적자가 나도 마을 책임이라는 축제의 성격상 적자가 분명하니 축제를 하지 말자"는 의견이 잠시 돌기도 했다.
또 한쪽에서는 "어차피 시작한 것인데 중간에 그만두면 시작한 것만도 못하니 마을에서 빚을 내서라도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D-day를 10여일 앞두고 지역의 면장이 바뀐 것과 담당자마저 바뀐 것이 축제 추진 주체들의 마음을 흔들고 말았다. 하지만 이 날 회의에서 신임 정종길 면장은 그동안의 문제점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면서 면민들의 마음을 모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금조 부군수 역시 정면장의 결단에 힘을 실어주었다. 부족한 예산은 남은 기간 발로 뛰면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면민들에게서 이끌어 내면서 자신도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물론 기획사에게도 총견적 5천만 원 중 5백만 원 정도를 할인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5천만 원만 가지고 하자” “마을에서 빚을 내서라도 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서면체육회장과 새마을지도자 협의회장 등 대부분의 추진위원들이 "당장 내일부터라도 협찬받으러 다니자” “기획사에서 정말 저렴하게 도와주고 있는데 더 이상 깎을 수도 없고 작목반에서 현물 등 스폰서 받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구걸 같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한 번 뛰어 보자"는 결의를 보여 주민자치의 위대함마저 느꼈다.
그리고 CREATIVE JOY의 참신한 기획과 노력이 실행계획안에 담겨 있었다. 예산을 훌쩍 뛰어 넘을 것 같은 부분들은 본인들의 주장대로가 아니어도 재능기부를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물론 축제가 끝나야 할 일이지만.
새로운 축제를 하나 탄생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산고를 겪어야 하는지?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알 수 없겠지만 그들의 노력만은 칭찬해 줄 일이다.
남해군의 예산이 한계는 있겠지만 축제를 만드는 일이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면 조금 현실에 맞게 책정하였으면 싶다.
김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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