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남해군수의 정치망 어장 포기를 전제로 한 살포식 새꼬막 패류양식어장 신규 개발에 대해 이해당사자는 물론 군민들의 생각이 갈라져 대립되고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의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속담이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결론은 어장 대체개발이라는 법적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하여 처리된 것이니 전혀 하자가 없다는 입장과 박군수 자신이 허가자인데 자신이 신청하여 승인을 받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자칫 또 하나의 갈등이 빚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제219회 제1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남해군의회 정홍찬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삼동면 지족의 죽방렴 교량설치 사업 문제와 마포 수산물직판장 채권 회수 문제 더불어 박영일 군수의 ‘어장이설 대체개발사업 허가’ 문제를 지적하는 등 군행정에 대해 비판했다.
이렇게 촉발된 ‘어장 이설 논란’은 어장 이설을 신청한 당사자가 현역 군수를 맞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관심거리로 부각되었다.
2017년 2월 제출한 ‘2017/2018 어장이용개발 계획 반영요청서’에 따르면 “창선면 서대지선에 15.1ha 면적의 패류양식어업인 새꼬막어장을 정치망어장을 포기하고 신규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신청인의 성명이 ‘박영일’이고, 그 신청자가 남해군수에게 제출했다는 것이다.
정홍찬 의원은 군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익성이 높은 어장을 허가받기 위해 북치고 장구친 행동이라는 발언을 했고, 지역의 한 주간신문은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수산조정위원회의 심의 절차에 대한 의구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남해군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박군수의 어장이설은 해양수산부, 경상남도의 어장이용개발계획 지침에 따랐기 때문에 법적 절차에 전혀 하자가 없다. 어장이용개발계획 상 어획강도가 높아 수산자원을 고갈시키는 정치망어업을 줄이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정치망 보호구역 내에는 어선의 조업이 불가능하지만 새꼬막 양식장 위의 바다는 조업이 가능하므로 바다를 어민에게 돌려준 것은 좋은 일이다. 정부에서도 정치망어업 감축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해군 관계자의 입장대로라면 정치망어장은 앞으로 점점 줄어들고 패류양식어장이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정치망어장을 하는 한 어민은 “고기가 많이 잡히는 정치망은 어장 이설을 원하지 않겠지만 어족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현실을 미루어 볼 때 저 역시 정치망을 접고 요즘 값이 나가는 새꼬막 양식으로 갈아타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어민은 “정치망도, 새꼬막 양식도 시기를 타는 것이다. 정치망에 고기가 많이 들 때도 있고 적게 들 때도 있듯이 새꼬막이라고 언제까지 호황을 누릴지 누가 알겠나?”라며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년 전 삼동면 지족의 이모씨가 정치망어장 이설을 신청하여 새꼬막양식으로 이설하고 올해 박군수가 정치망어장을 포기하고 이설 승인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어민들이 원하는 어장 이설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처음 논란을 제기한 지역신문은 주민들의 말을 빌어 박군수의 기존 정치망어업의 수익이 몇억 원에 못 미치고, 새로 승인 받은 새꼬막 양식장의 수익은 올해 시세로 보면 서너배는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다른 지역신문에서는 정치망이 패류양식장의 2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으니 어장 이설로 인해 반감되었다는 해양수산과 고위관계자의 말을 보도했다.
또한 심의를 한 수산조정위원회의 편파 또는 부실 심의 의혹도 제기되었지만 심의위원들은 “50건에 가까운 양식어업 신규개발, 재개발, 대체개발, 마을어업 신규개발, 재개발에 대한 서류심의가 올라왔고, 면적 축소를 거부한 1건을 제외하고 신청자 모두를 승인하면서 타 어업 분쟁조정 후 처분, 선박항해 및 타 어업과의 분쟁조정 등 해소 후 처분하라는 조건부승인도 있었다.
수산조정위원들은 모두 어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군수라고 해서 안되는 승인을 되게 하지는 않는다. 정말 불쾌하다”고 반박했다.
어업인을 비롯한 군민들은 박군수가 정치망어장을 포기하고 새꼬막 양식어업으로 전환한 데 따른 의견으로 설왕설래하고 있다.
아마도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은 끝까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지 군민들의 갈등만 키우고 정치적 판단에 의한 편가르기로 변질될까 두렵기만 하다.
이번 논쟁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중도라고 주장하는 한 군민은 “언제나 정치적인 문제만 생기면 갈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조그마한 남해섬에 사는 우리 군민들의 마음을 한데로 모을 수는 없을까”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했다.
태공(太公)이 말하기를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요, 이화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고 했다. 참외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바로잡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참외밭에 앉아 신발을 고쳐 신거나, 배나무 아래서 손을 올려 갓끈을 매는 행동은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는 서리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고금의 진리를 깨달아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는 것이 공직자를 넘어 우리들의 삶의 지혜일 것이다.      /김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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